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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상태 현대상선 'D' 부여, 한신평 왜 주저했을까 원리금 연체 4일 뒤에야 추가 강등…"평가정책 상의 문제일 뿐"

민경문 기자공개 2016-04-20 10:09:39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8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국내 채권 시장의 이목은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실패한 현대상선에 집중됐다. 7일 만기 도래한 12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갚지 못한 것. 결국 크로스디폴트 조항에 따라 총 8100억 원 규모 회사채가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D로 하향했다. 지난해 12월 BB0에서 4개월만에 디폴트까지 단계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한국신용평가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기존 CCC(하향검토) 등급을 8일 C(하향검토)로 조정되는 데 그쳤다. 강등 배경은 한국기업평가와 같았지만 신용등급 정의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D(디폴트) 선언은 하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채권이 최종 상환 불능 상태인 것으로 확정될 경우 D로 하향 조정한다는 신중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12일 한국신용평가 역시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D'로 강등했다. 별도의 보도자료도 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결국 D등급으로 강등할 거면서 왜 굳이 나흘의 시간을 추가로 허비했던 것일까라는 의문이 일었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뒷북 평정이라는 날선 비판을 내놓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의 8일 보고서는 "채무불이행은 인정하지만 최종 상환 불능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당장 D등급을 줄 수 없다"고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채무불이행=곧바로 D등급'이라는 기존 신용평가사의 관행과 달랐다. 더구나 한국신용평가는 C등급을 "채무불이행의 위험성이 높고 원리금 상환능력이 없음"으로 정의해 놓고 있었다. 이미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현대상선에 C등급을 부여하는 데 그친 한국신용평가를 둘러싸고 시장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신용평가는 12일 보고서를 통해 뒤늦은 D등급 평정에서 대한 사유를 밝혔다. 원리금 연체라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채무불이행(soft credit event)으로 판단 시 영업일 기준으로 3~5일(grace period)간 진행상황을 점검한 후 다시 등급을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현대상선의 지난 7일 원리금 연체는 일시적 채무불이행으로서 최종 상환 불능 등급인 D등급으로 추가 강등할 때까지 4일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한국신용평가의 이 같은 논리는 지난해 3월 개정한 'KIS의 부도정의 및 크레딧 이벤트 사례별 등급정책'에 기반하고 있다. 원리금 연체 상황에서도 자의적으로 D등급으로의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크레딧 업계에서 제기한 '현대상선의 상환 능력과 의지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이번 연체를 일시적인 채무불이행(soft credit event)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웠다.

한국신용평가의 평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말 역시 채무 불이행 상태에 놓인 동아원의 신용등급도 'C'까지 강등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곧바로 신용등급 자체를 철회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상선 신용등급도 D 등급 부여 이후 곧바로 철회했다. 아직 만기가 남아있는 현대상선 회사채에 유효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한국기업평가와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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