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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는 그저 유행일까 [thebell note]

한희연 기자공개 2016-04-25 08:01:17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2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2~3년간 대한민국 금융시장 핫 키워드는 '핀테크'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크고 작은 핀테크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생겨났다. 기존 금융회사 또한 핀테크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엔 특히 정부의 입김 영향이 컸다. 핀테크 산업 육성은 정부의 24개 핵심개혁과제 중 하나다.

표면적으로 대한민국 핀테크 산업은 정부의 전략적인 육성 계획에 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핀테크 업체나 금융회사 사람들을 만나보면 한가지 공통적인 의구심을 마음 속 깊이 갖고 있다. 바로 '정부 주도 산업의 지속성'이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지난 정권은 '녹색금융'을, 이번 정권은 '핀테크'를 금융산업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며 "이 업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현 정책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정권이 바뀌면 지금 이 분위기가 없던 일이 될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인지 국내 금융회사의 핀테크 대응은 다소 소극적이다. ICT기술 발달에 대응해 조직도 바꾸고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만, 기저에는 '금융(FIn)'이 중심이고 '기술(Tech)'은 흘러가는 유행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아직 큰 것 같다.

중국 핀테크 산업은 자생적으로 생겼다. 발전속도도 우리나라에 비해 앞서나간다고 평가받는다. 중국 내에서도 핀테크 대응에 적극적인 금융회사 중 하나가 핑안보험그룹이다. 핑안보험은 국책보험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보험 뿐 아니라 은행, 자산운용 영역을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파이낸스'라는 영역을 만들어 핀테크 관련 부문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 한 금융그룹 임원이 핀테크 관련 생각을 공유하고자 핑안보험그룹 인터넷 파이낸스 쪽 고위임원을 만나려했다. 하지만 반응이 냉랭했다. 핀테크와 관련해 한국 금융회사를 만날 이유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인을 통해 어렵사리 성사된 미팅에서 핑안보험 고위임원은 '만남 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이전에 한국의 금융회사 CEO나 임원들을 여럿 만나봤지만 이들과의 대화는 '의미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만난 한국인들은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둘 뿐 아무 '대화꺼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핀테크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어 보였다고 한다.

핑안보험이 인터넷 파이낸스 영역을 만든 이유는 명확했다. 그룹 내부적으로 보험과 은행, 자산운용이 있지만 미래에는 모두 없어질 산업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대비책이 인터넷 파이낸스였다. 핑안보험은 인터넷 파이낸스의 콘셉트가 '기술이 주도하는 금융(Technology-driven Finance)'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자신들이 테크회사(Tech Company)라고 선언했다. 골드만삭스는 전체 인력 중 30%가 ICT 관련 인력이며 중요 의사결정을 맡는 임원에 ICT 담당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핑안보험과 골드만삭스 등의 논리에 따르면 국내 플레이어들이 '정부 주도 산업의 지속성'을 논하는 것은 한가로운 변명이다. 특히 금융회사의 경우 다음 정권 때는 '붐'도 꺼지겠지가 아닌, 절박한 생존문제로 접근해야 할 단계가 아닌가 싶다. 기술이 금융을 주도하는 시대를 버텨낼 체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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