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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기부 중심이 될 '부동산 기부' [WM라운지]

배정식 KEB하나은행 동탄지점 마케팅 부장공개 2016-05-09 08:34:4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3일 09: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의 자선구호재단 (CAF : Charities Aid Foundation)에서는 매년 국가별 기부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인구대비 기부액, 즉 낯선 사람들을 돕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비율을 지수화하고 있다. 우라니라는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조사대상 145개국 중 60위에 올랐다.

1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주요국을 살펴보면 캐나다는 3위, 호주는 6위, 영국 7위, 핀란드와 독일은 각각 25위와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 GDP 기준으로 세계 14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사회의 기부 문화가 선진국 대비 매우 뒤떨어지고 있음을 이같은 지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CAF의 지수순위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북미와 유럽국가들이 상위 순위에 올라있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2013년과 2014년 미국과 함께 1위에 오른 국가가 최빈국 중의 하나인 미얀마라는 점이다. 또 아시아 부자로 손꼽히는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뒤처져 102위를 기록했다.

미얀마는 최빈국의 국가재정상 재난 발생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스스로 기부문화를 키워왔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의 민간기부 지수가 낮아진 이유는 국가중심의 재난대처가 중심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기부문화 역시 각 나라가 처한 환경에 따라 객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 우리의 기부현황

우리사회는 기부문화 형성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 점차 기부인식이 증가하고 참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우선 영국의 기부지수를 보자면 2011년 82위에서 2014년 60위로 상승했고, 절대적인 기부금 역시 2000년 4조 3000억 원, 2005년 7조 1000억 원, 2010년 10조 원, 2013년 12조 5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 NPO 공동회의 자료에 의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드비전 등 사회복지법인의 모금액이 1조3600억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모금액의 11%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대학교육연구소의 기부자료 (2010년~ 2014년)에 의하면 사립대 기부금이 4000억 원대로 사립대 수입총액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국립대학인 서울대의 기부금 역시 940억대로 과거 수준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변화점 중 눈에 띄는 부분은 기업보다도 개인 기부가 증가하고 그 저변 역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주 최부자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하는 기업가들의 개인기부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개인 자산가들의 기부선행 역시 늘고 있다. 1억 원 이상의 개인기부를 목표로 2008년부터 시작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2015년말 1000명을 넘어선 것을 보더라도 개인기부의 잠재력은 크다 하겠다.

◇ 우리의 기부에 대한 검토

물론 기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짚고 넘어갈 부분도 적지 않다. 기부 역시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다양한 기부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기부 방법 그리고 현금 기부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법인의 기부는 상위 9개 모금기관에 약 75%가, 사립대학 기부 역시 상위 10개 대학에 약 50%가 집중 돼 있다.

집중화된 현상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들의 몫이겠으나, 기부가 보편화 된 미국 등의 현황을 보면 분명한 것은 자산가들의 기부와 개인들의 다양한 기부를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교육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 대학 기부금 역시 상위 10개 대학이 전체 기부금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기부자 역시 소득 상위 20% 부호가 연간 기부금의 2/3를 담당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 기부확산을 위한 금융권 노력 필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기부관련 법적·세제적 장치, 모금단체 전문가들의 꾸준한 노력 그리고 기업가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참여가 있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기부 활성화를 통해 기부확산과 기부문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부동산기부는 계획기부(Planned Giving) 또는 유산기부 캠페인을 하면서 그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됐다. 자산의 규모가 클수록 부동산의 자산구성비율이 높아 100억 원 이상 자산가의 경우 70% 이상이 부동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액자산가의 부동산 유산기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기부규모는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하겠다.

문제는 부동산 기부에 따른 상속전반에 대한 상담이 수반돼야 하고, 개별성이 강한 부동산 별 관리와 처분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평생 축적한 부동산을 기부하면서 조건이 따를 수도 있고, 처분이 원활한 부동산인지 또는 그렇지 못한 부동산인지 등에 따라 기부기관은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필자는 201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및 월드비전과 함께 부동산 기부문제를 해결하고자 부동산기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부수요별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보았다.

첫째, 부동산 임대료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생활비로 사용하고 사후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실제 기부상담 고객으로 월 1000만 원의 임대료가 나오는 상태에서 본인의 생활비로 300만원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기부하겠다는 사례다.

기부고객은 300만 원만 생활비로 원하다 보니 부동산은 기부받을 곳에서 관리하길 원하셨고 기부받을 곳에서는 부동산을 적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이 경우 부동산을 신탁관리해 임대료의 일부는 생활비로, 나머지는 기부처로 지급하고 사후에는 기부하거나 상속하는 방법으로 문제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부동산을 이미 기부받아 관리와 처분이 문제되는 경우이다. 신탁에서는 관리신탁을 통해 부동산의 임대료, 시설, 자금관리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지속적인 수입을 유지할 뿐 아니라 처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명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노후 건물 또는 나대지 기부의 경우다. 신탁의 부동산관리 능력과 신축.리모델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받기 전부터 부동산의 목적별 사용과 신축의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 신축과 기부자에게 적정한 생활비 지급 등의 문제를 기부대상 부동산에 대한 경제적 효율성과 물리적 특성 등을 분석하여 접근함으로써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몇가지 기부수요별 객관적인 관리와 투명한 처분절차 확보 등의 해결책을 제시해 보았으나, 참으로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부동산기부다. 기부되는 부동산에 대한 평가문제 역시 처음 부딪치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법적 기준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 부동산기부는 당연히 종합적인 상속 컨설팅이 수반되기에 그러한 상속설계돠 관리능력을 갖추기 위한 금융의 자세가 요구된다. 또 부동산기부에 따른 적절한 관리와 처분절차 마련 그리고 부동산의 평가 등에 대한 이해 등도 필요하다. 금융기관과 기부기관의 여러 노력이 결합될 때 우리 기부문화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배정식 하나은행 마케팅부장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10기) 졸업
[저서]'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前 하나은행 신탁부 상속신탁팀장
現 하나은행 동탄지점 마케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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