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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가 죽는 진짜 이유 [WM라운지]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공개 2016-06-23 13:59:35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1일 13: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가수 '강산에'가 불렀던 노래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의 가사이다. 연어는 대표적인 모천회귀(母川回歸)성 어류이다. 즉 자신이 태어난 강을 다시 찾아가서 산란하는 물고기이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치어로 성장하다 큰 바다로 나간 연어가 4~5년이 지난 후에 다시 정확하게 자기의 고향으로 찾아오는 비결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태양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고향을 찾는다는 가설도 있고, 냄새나 온도 염도로 고향을 찾는 가설도 있다. 그리고 철새들처럼 자기장을 감지하여 태어난 강을 찾는다는 학설도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연어의 또 하나의 신비한 점은 산란 직후 모두 죽는다는 것이다. 연어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일체 먹이를 먹지 않고, 산란을 하고 나면 바로 죽는다. 그리고 이후 부화된 새끼들이 부모의 살을 뜯어먹으며 성장한다고 한다. 바로 이 감동의 스토리가 자식을 위해 무한 희생을 하는 부모의 전형이 되어 연어가 이 시대의 부모들의 표상처럼 회자가 되곤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에 의하면 연어가 죽는 진짜 이유는 소하(溯河 : 물고기가 산란을 위하여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의 과정에서 극심한 체력소모로 인하여 면역체계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연어는 소하(溯河)의 과정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영양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힘들게 강을 거슬러 오르기 때문에 몸이 많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하여, 어느 때에는 몇 미터씩 점프하여 상류로 오른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이에 따라 면역체계가 크게 약화되어 산란 후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모성애의 결과로 나타난 것인지, 당연한 자연의 섭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어가 죽은 진짜 이유는 자신의 삶의 종착지와 때를 미리 정해두고,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결승점까지 도달하기 때문인 것이다.

연어처럼 살지 말자

정말 이 시대의 부모들이 연어처럼 살아야 할까? 연어처럼 산란을 위해 굶어가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후 장렬하게 죽어야 할까? 게다가 죽은 후에도 자식들이 살기 위해서 부모의 살을 내주어야 할까? 사실 이 시대의 중장년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퇴하는 그날까지 죽도록(?)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죽음을 기다리며 생을 정리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들이 모아온 유형무형의 자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게 순리라고 생각하던 세대였다.

마치 연어들처럼 죽을 힘을 다해 인생을 살다가 어느 순간, 즉 은퇴의 순간이 오면 에너지는 다 소모되어 면역체계가 다 망가진 상처투성이의 심신이 되는 것이 맞을까? 그것이 자식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을까? 사실 이런 라이프사이클은 '노후준비'라는 말이 없던 시절, 즉, 자식농사가 노후준비이던 시절에나 통하는 말이다. 기대수명이 70세 정도였던 1990년대에나 가능했던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서 50대중반까지 죽도록 일하고 60세에 환갑잔치를 하고 대략 10여년 동안 삶을 정리하다 저 세상으로 가던 그런 시절 이야기이다.

그런데 지금은 100세시대다. 법정정년도 60세로 늘어났고, 환갑잔치는 커녕 칠순 잔치는 안 하는 시대이다. 실제 일에서 손을 놓는 실질은퇴연령이 71.3세이고, 가장 많이 돌아가시는 나이를 의미하는 최빈사망연령이 88세인 지금이다. 최빈사망연령은 2년에 한 살 꼴로 늘어 2020년이면 90세가 된다. 즉 지금 살아계신 노인들의 절반이상이 2020년이후 100세를 향하여 더 장수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100세시대에는 연어처럼 살면 안 된다. 죽도록 일하고, 은퇴 후 죽음을 기다리는 그런 연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일하는 기간을 충분히 늘리면서 강한 삶의 면역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평상시에 여유 있게 일을 하면서 즐겨야 한다. '죽도록' 이 아닌 '여유 있게' 그리고 '의무감'이 아닌 '즐겁게' 인생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내 삶의 면역체계가 강해진다.

시간의 배분도 일이나 가사와 같은 의무시간을 줄이고, 필수시간이나 여가시간을 늘려야 한다. 특히 수면, 식사, 운동과 같은 필수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여가시간도 늘이면 좋지만, 내 삶의 면역력을 강하게 하는 데는 우선 필수시간을 늘려야 한다. 시간 뿐만 아니라 내 생애 전반의 라이프사이클도 재설계 해야 한다. 즉 일, 재무, 건강, 시간 등 모든 것을 100세시대에 맞추어 미리 생각을 해두어야 한다. 어떤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건강관리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것인지 등등.

그런데 연어처럼 장렬히 죽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재무적인 설계가 필수적이다. 우선 두 가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먼저 자식으로부터 재무적인 독립을 해야 한다. 물론 재산이 많아서 자식들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해주면 좋지만(이것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식으로부터 재무적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 그게 안되면 부모는 자식의 짐이자, 원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노후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식의 부모부양 없이, 자식의 경제적 도움 없이 스스로 영유하는 노후의 삶. 이것을 위해서 꼭 큰 자산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월 기본생활비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충당하고, 부가적인 생활비는 개인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연령별로 볼 때 60~70대에 자금소요가 많으므로 이에 맞게 차등적 연금디자인을 해놓아야 한다. 만약 3층연금으로 노후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주택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집은 상속의 대상이 아니라 '부모의 마지막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자식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식을 재무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도 자녀에게 독립해야 하지만, 자녀도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그래야 연어새끼처럼 부모살을 파먹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다. 자식들은 20~30대부터,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소득이 생기는 그 시점부터 스스로 자산관리를 하게 해야 한다. '부모의 노후 삶은 부모가 스스로 알아서 잘 살 테니, 너희들의 경제적 삶은 너희들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라'는 식의 경제적 자립을 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부모든 자식이든, 재무적으로는 독립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 짐이 안 된다. 부모가 연어처럼 살아야 하는 때는 이미 지났다. 소위 '응팔'(응답하라 1988)시대의 부모들에게나 통했을 법한 이야기 이다. 죽을 힘을 다해 살지 마라. 그러면 그만큼 빨리 죽는다. 자기 삶의 면역력을 높이고, 자기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100세시대가 행복해진다.


이윤학 NH투자증권 소장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이사
現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수상]02~06년 조선일보, 매경, 한경, 헤럴드경제 선정 베스트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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