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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사의 '살신성인', 헝셩그룹 주가 살렸다 [Deal Story]신금투 10억대 손실로 오버행 이슈 해소...中 기업 IPO 평판 사수

민경문 기자공개 2016-08-25 14:00: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5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기업인 헝셩그룹의 기업공개(IPO)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부진한 기관 수요예측에 공모가는 밴드 하단을 찍었다. 지난 8~9일 진행된 공모 청약은 더 부진했다. 경쟁률은 0.76대 1에 그쳤다. 올해 공모주 청약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한 건 스팩을 제외하고 헝셩그룹이 처음이었다.

앞서 로스웰인터내셔널과 크리스탈신소재 등 두 곳의 중국기업이 청약 대박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당국의 사드 관련 제재와 중국원양자원의 허위공시 사태의 여파가 직격탄이었다. 투자자들은 과거 고섬 사태를 트라우마를 다시 떠올려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주관사는 모두 신한금융투자다.

헝셩그룹의 수난은 상장 당일(18일)에도 이어졌다. 거래 시작부터 주가가 떨어지더니 종가는 공모가 3600원을 한참 밑도는 2690원에 마감됐다. 공모가 대비 25%나 떨어진 셈이다. 주관사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처음부터 공모가격이 높게 설정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음날 헝셩그룹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 전일 대비 29.93% 급등하며 3495원에 마감한 것. 22일과 23일에도 각각 11.3%, 5.91% 상승하며 주가는 4120원을 찍기도 했다.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주가다. 24일 종가는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공모가보다 높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당초 신한금융투자는 일반 청약 미달과 의무 취득분을 포함해 총 172만 주의 헝셩그룹 지분을 떠안아야 했다. 공모가를 적용하면 63억 원어치다. 신한금융투자는 보호예수가 걸린 의무 취득분을 제외한 대부분 물량을 상장 당일 처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주관사의 보유 지분 매각으로 오버행 이슈가 사라진 것이 주가 반등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매각 단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일 주가 하락을 고려할 때 신한금융투자는 1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주관사가 손실을 감수한 것이 투자자에 이득으로 작용한 셈이다. 상장 첫날 주가 하락으로 신한금융투자를 비난했던 기관들도 이를 알고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주관사가 손실을 입으면서까지 대규모 미달 물량을 상장 당일 처분한 건 흔치않은 사례다.

신한금융투자는 고민했을 것이다. 청약 이후 상장일까지는 1주일 남짓의 시간이 있었다. 공모가에 떠안은 물량을 장외 투자자들에 할인해서 처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값을 주고 산 투자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린 후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주관사가 미공개 정보를 통해 엑시트에 성공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오전 9시 반 이후 어느 정도 시초가가 형성된 다음에 지분을 조금씩 나눠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 매도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사결정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투자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주관사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 동안 중국기업 IPO 분야에서 쌓아왔던 평판을 스스로 깎아버릴 이유는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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