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26일 09: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전실업은 왜 지금 상장하려는 것일까. 또 생산능력(CAPA)을 추가 확장하려는 배경은 무엇일까. 통상 의류 OEM 업체들이 바이어로부터 먼저 주문을 받고 공장 증설에 들어가면 납품 기일을 맞추기가 어렵다. 인력들의 숙련도가 올라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오더 받기 1~2년 전쯤에는 착수해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다. 따라서 호전실업도 향후 1~2년을 내다보고 사전 증설 및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키 등 메인 바이어 '벤더 축소'..호전실업 '반사익' 예상

호전실업이 앞으로 자사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최근 메인 바이어들 사이에서 벤더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바 '티어1' 전략 벤더를 육성하려는 흐름이다.

팀웨어 벤더만 약 100곳을 보유하고 있는 나이키가 대표적. 각각의 업체들을 일일이 컨트롤해 가며 관리 비용을 쏟아내는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벤더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추세다. 그러면서 품질이나 납기 면에서 리스크가 없는 업체에게로 오더를 몰아주고 있다. 우량 OEM사인 호전실업도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 나이키는 특정 기간을 설정해 놓고, 그 안에 CAPA를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려줄 것을 호전실업을 비롯한 일부 벤더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최근 들어 자사 매출은 감소하는데도, 호전실업의 노스페이스향(向)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어 주목된다. 언더아머는 기존 성장세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NBA 스타 스테판 커리, 세계 정상급 골퍼인 조던 스피스 등과 더불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를 후원하고 있으며, 다음 시즌부터는 사우샘프턴을 서포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제품 개발은 이미 호전실업과 작년에 끝내 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언더아머에 납품하는 호전실업의 스포츠 팀웨어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퍼내틱스·오클리 등 신규 매출 기대

또 하나, 호전실업이 요즘 주시하는 기업은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퍼내틱스(Fanatics)'다. 원래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에서 스포츠 팀복을 받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회사였다.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 그런 퍼내틱스가 지난해 미국 4대 리그의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직접 제품을 만들어 자사 브랜드를 달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호전실업이 퍼내틱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다만 자체 개발 경험이 없어 역량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선 과거 언더아머에게 했던 것처럼 호전실업이 지원해주고 있다. 올해 말부터 오더가 들어올 예정인데, 초기엔 매출 약 500만 달러 정도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스키 장비로 이름값을 하던 오클리가 최근 골프웨어 등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호전실업에겐 호재다. 미국에 있는 오클리 매장을 가보면, 정작 장비는 진열대 뒤편에 숨어 있고 의류가 앞에 놓여 있다는 후문이다. 차츰 의류 쪽으로 브랜드를 확장해 나가려는 오클리의 의지가 읽힌다. 호전실업은 그런 관점에서 오클리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밖에 모터사이클 어패럴 브랜드로 유명한 '클림(Klim)'향 제품도 개발이 완료돼 내년 납품을 앞두고 있다.

◇비수기 극복 과제, '교복'으로 풀어

물론 호전실업에게도 과제는 있다. 제품군(스포츠웨어·아웃도어)이 주로 가을, 겨울 옷에 편중돼 있다 보니 매년 돌아오는 비수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고질적인 고민거리다. 만약 계절적 비수기를 정기적인 주문 물량으로 채울 수만 있다면, 이익 구조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고심 끝에 호전실업이 택한 것은 교복 사업이었다. 교복도 팀웨어처럼 '다품종 소량 생산'이란 점에서 특성이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또 과거 정장 사업을 해봤다 보니 제품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게다가 교복은 매년 스타일이 바뀌는 게 아니어서 한 번 정해지고 나면 계절 상관 없이 몇년은 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입각해 '쎈텐'이라는 학생복 브랜드도 론칭한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크게 욕심을 내진 않는 눈치다. 일단 비수기 공백을 메우는 의미가 큰 만큼 조심스레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호전실업은 나이키·노스페이스·언더아머 등 3개 메이저 브랜드에서 3년 내 1억 달러씩의 매출을 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3억 달러에 해당한다. 이와 별도로 세컨티어 업체 등 나머지 브랜드 매출을 합치면 못해도 2억 달러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내부 가이던스는 늦어도 2019년~2020년 중 전체 매출 5억 달러를 달성하는 데 맞춰져 있다. 호전실업 관계자는 "교복 사업이 무사히 안착하면,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