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로 운용손실 만회 'ELS 돌려막기 끝났다' [ELS의 비밀 ②순발행 감소로 수수료 수익 급감, 보유채권도 시한폭탄
이승우 기자공개 2016-09-06 10:10:54
[편집자주]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던 ELS가 골칫덩이 신세로 전락했다. 투자자 뿐 아니라 이를 발행하고 운용하는 증권사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큰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금융당국도 위험 관리 등 다양한 이유로 ELS 시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ELS 시장의 격변 속에서 어떤 비밀들이 숨겨져 있는지 파헤쳐본다.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1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이 제로섬(zero-sum) 상품이라 여기는 투자자가 많다. 크게 보면 맞지만 ELS 발행 증권사와 투자자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홍콩항셍지수(HSCEI)와 유로스탁스50(Eurostoxx50) 등 ELS의 기초자산이 크게 하락하면 투자자 뿐 아니라 이를 발행하고 운용하는 증권사들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그나마 증권사들은 손실을 감내할 버퍼가 있다. 대략 1%에 달하는 판매수수료와 헤지 운용 수수료 등이 기본적으로 운용손실을 상쇄해 주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 ELS 발행대금으로 사들인 채권에서 이익이 발생하면서 운용 손실을 감내하게 해준다. 그래서 상환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ELS를 발행하면서 손실을 감출 수 있었다.
하지만 판매수수료와 채권 이익으로 운용손실을 상쇄하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됐다. ELS 발행이 급감하면서 판매 수수료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채권금리 상승 반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손실을 감출 수 있는 이익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LS 수수료로 운용손실을 메우는 증권사들의 '폰지 게임(Ponzi Game)'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순발행 감소, 수수료로 돌려막기 '끝'
부침은 있지만 지난 2008년 이후 국내 ELS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ELS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매도파생결합증권은 지난 2008년 18조 원에서 올 3월말 96조 원으로 급팽창했다. 지난해 3월에는 단지 한달 동안 10조 원에 가까운 ELS가 발행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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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 ELS 월별 발행 규모가 3조 원 수준으로 드라마틱하게 급감하기 시작했다. HSCEI와 유로스탁스50 등 기초자산의 급락으로 투자자와 증권사들의 손실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ELS 발행을 제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손실 돌려막기는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발 증시 급락과 브렉시트(brexit) 등으로 ELS 운용 손실을 어느 정도 보고 있는 가운데 신규 발행이 급감하면서 관련 수수료 역시 덩달아 줄었기 때문이다. 운용손실을 상쇄할 정도로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
증권사는 ELS 판매 수수료 뿐 아니라 자체 헤지를 할 경우 헤지 운용 보수를 ELS 발행과 동시에 챙기게 된다. 그동안 워낙 발행이 많다 보니 이같은 수수료가 운용 손실을 보전하고도 남았다. 이를 두고 업계 일부에서는 '운용 손실을 판매수수료로 돌려막는 폰지게임'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하지만 신규 발행이 줄어들면서 이 폰지게임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판매 수수료와 헤지 운용 보수는 증권사별, 그리고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0.5%, 많게는 1% 정도 된다. ELS 헤지 운용 손실 역시 연간으로 보면 이 정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발행 규모가 줄어들면 판매수수료 이상의 운용 손실을 커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ELS를 판매하게 되면 수수료의 절반은 지점, 나머지 절반은 운용 사이드에서 인식해왔다"며 "헤지운용에서 손실을 보자 지점 수수료 수익을 끌어 와 운용 손실을 커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조기상환 실패, 커지는 폭탄…채권금리 오르면 재앙
그동안의 손실에 대해 증권사들은 이미 손실 처리를 하고 또 어느 정도의 충당금도 쌓았다. 한화투자증권은 ELS 손실로 계열사를 동원한 자본금 확충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다고 끝난 문제가 아니다. 기초자산이 급락한 이후 지수회복이 미미하자 조기상환이 되지 않은 ELS가 급증, 손실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3월말 현재 ELS 발행잔액은 96조 원이다. 국내 증권사의 ELS 자체헤지 비율이 50% 정도라고 가정하면 앞으로도 증권사들은 연간 수천 억원대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손실은 계속해서 불어날 수밖에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들은 대략 1.2년 내지는 1.5년 정도를 만기로 보는데 조기상환 실패로 2년 혹은 3년으로 만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고객에게 줘야할 쿠폰 이자도 늘어나고 헤지운용에서도 계속해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것은 더 있다. 증권사들이 ELS 발행대금의 상당량을 채권 매수에 사용했고 그동안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큰 이익을 봤는데 채권시장의 반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LS 운용손실은 해당 자산의 헤지 운용과 더불어 채권 운용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196조 원이다. 이는 국채와 회사채, 기업어음 등을 포함한 것으로 증권사 ELS와 RP 잔액과 거의 일치한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ELS 판매 수수료와 더불어 채권 평가이익으로 엄청난 이익을 봤다. 일부에서는 ELS 발행과 운용 그리고 이와 연계된 채권이익이 증권사 이익의 절반 가까이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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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리 상승 반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할 때가 됐다.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가계 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금리 상승은 금리 하락 속도에 비해 대체로 가파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ELS와 그로 인한 채권 손실은 위협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ELS 만기와 비교해 채권 듀레이션을 훨씬 길게 잡고 있어 금리 상승시 손실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시장 금리가 윗쪽을 향할 경우 ELS 운용 증권사들은 헤지 운용 손실과 더불어 채권 손실 등으로 양방향에서 터지게 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버텨온 것은 ELS 판매수수료와 더불어 채권 이익이었다"며 "금리가 상승 반전하는 순간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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