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가격 눈치싸움…4번째 낙찰가 노린다IM·실사에 큰 의미 안둬…"4·5번째 입찰가격에 집중한다"
정용환 기자공개 2016-10-05 09:49:47
이 기사는 2016년 10월 04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로부터 우리은행 투자설명서(IM)를 발송받고 매수자 실사 절차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IM에 의미를 두지 않고 오로지 입찰 가격만을 신경쓰는 분위기다. 높은 입찰가격 순으로 낙찰자 선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최저 가격 낙찰자가 되기 위해 네 번째로 높은 가격을 찾는 데에만 집중한다는 전략이다.지난달 30일 오후 4시께 정부로부터 우리은행 IM을 발송받은 한 투자자는 "IM에서 은행에 대한 내용을 특별히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IM을 바탕으로 실사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가격을 낮추는 등의 협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투자자는 다만 입찰 가격을 얼마로 써내야 하는지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투자자는 "이번 딜이 공개경쟁 입찰이라는 특이한 케이스기 때문에 꼭 1등으로 높은 가격을 써낼 이유도 없고 단지 4등에서 5등 정도만 하면 입찰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른 투자자들 역시 다들 똑같이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점주주 매각방안을 채택한 정부는 약 30% 규모의 우리은행 지분을 여러명의 투자자들에게 4%~8%씩 나눠 판다. 낙찰자 선정은 높은 가격을 써낸 순서대로 이뤄진다. 우리은행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모든 투자자가 각각 4%씩의 지분만을 매입한다고 가정한다면 약 7곳의 낙찰자가 나온다. 반면 모든 투자자가 8%씩의 지분만을 매입하는 경우 낙찰자 수는 4곳으로 제한된다.
투자자들은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4번째로 높은 가격이 얼마일지를 찾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가장 높은 가격이든 낮은 가격이든, 일단 낙찰자 범위 내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전부 똑같은 주주로 취급받을 수 있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의 흥행세를 놓고 볼 때 낙찰자 수가 대략 5곳에서 6곳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앞선 투자자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딜에서 IM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IM에는 매각 대상 기업의 영업 현황과 향후 실적 전망 등이 담긴다. 이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흥정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은행 딜에선 이러한 흥정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탓에 IM 역시 중요하지 않다는 게 이 투자자의 주장이다.
이 투자자는 "애초에 정부가 매각예정가를 설정해두고 그 아래 가격으로 들어오는 입찰은 전부 쳐낸다"며 "그러면서 또 정부가 30%의 분량의 지분을 어떻게든 매각하려고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IM 내용이 어떻든 간에 낙찰될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한 낮은 가격이 뭘까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측이 제시할 매각예정가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분위기다. 앞선 투자자는 "매각공고를 내던 당시의 주가 수준이면 정부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그 수준에서 매각예정가가 결정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매각공고가 있던 8월 22일 기준 우리은행의 주가는 1만 250원이다. 실제 매각예정가는 입찰이 마무리될 때 쯤 투자자들이 적어낸 입찰가를 바탕으로 정부가 최종 결정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매각예정가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할 경우 이번에도 우리은행 민영화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제공함에도 불구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 사실상 블록세일과 다를바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일반적으로 블록세일을 하는 경우 매각예정가는 시가보다 낮게 형성된다. 앞선 관계자 역시 "사외이사 프리미엄만을 생각해 매각예정가를 결정해놓고 입찰을 받다보면 자칫 정부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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