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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자회사 매각' 투자자로 참여하나 간접투자실 등 LP 참여 가능성, 진성매각 논란 부담

정용환 기자공개 2016-10-13 10:14:56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2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79개 비상장 중소·벤처 자회사를 패키지로 한 데 묶어 매각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로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업은행은 진성매각(True Sale)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최대한 이 같은 방안을 배제하고 매각 작업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이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패키지 딜은 79개 자회사를 하나로 묶어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패키지 딜에서는 전체 물건에 대해 한 가지 단일가격을 놓고 거래를 진행하겠다는 게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매각 대상 회사들을 쪼개거나 한 회사의 주식 수를 나눠 일부만 거래하는 등의 분할매각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

이러한 특성에 비춰 이번 패키지 딜은 사실상 세컨더리(Secondary, 중간회수) 딜로 인식된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그간 골치를 썩여왔던 부실자산을 우량자산에 얹어 한 번에 유동화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선 싼 값에 패키지를 인수해 나중에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거나 상장시킬 수 있다.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 성격은 벤처조합 내지 PEF(Private Equity Fund, 사모투자펀드)가 유력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딜 성격상 세컨더리 쪽에 관심이 있거나 잘 아는 투자자들의 투자의향이 높을 것"이라며 "아마 투자는 벤처조합이나 PEF를 만들겠다는 GP(General Partner, 무한책임사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LP(Limited Partner, 유한책임사원)들을 모집해 들어오는 형식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딜의 성사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우선 매각 대상 기업의 수가 79개로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다. 79개 기업을 모두 실사해 가치평가 하고, 패키지 자체의 가치를 따로 또 평가하는 등의 작업은 회계자문사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골치 아픈 일이다.

가격도 문제다. 산업은행은 매각 방안 발표 당시부터 줄곧 '시장가치 매각'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가격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매각대상 회사들의 총 장부가치가 약 71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LP모집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산업은행은 이 경우 산업은행 측에도 LP로의 참여 제안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초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한 뒤로 신설한 간접투자실을 통해 LP로서의 역할을 계속 해오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GP들이 LP모집이) 안되면 산업은행 간접투자실에도 LP참여 요청을 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해당 요청을 받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산업은행의 이런 입장은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고한 매각 안내문에도 명시돼있다. 매각 안내문에서 산업은행은 "한국산업은행은 본건 거래를 통해 입찰대상과 완전히 단절되는 진성매각(True Sale)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잠재투자자 앞 일정 수준의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산업은행이 LP참여를 통한 간접 재투자를 결정한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패키지 딜이 진성매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느냐 여부다. 진성매각이란 '완전한 절연'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산업은행이 자회사를 매각한다면서 스스로 투자자로 나선다면 이를 진성매각으로 취급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LP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산업은행이) 회계상 일정 지분율을 넘어서 투자하게 되면 그것이 가짜 매각으로 취급을 받기 때문에 매각 대상 회사들이 산업은행 자회사 목록에서 제외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가 언급한 '일정 지분율'은 산업은행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15% 수준이다. 산업은행법 시행령 33조는 '한국산업은행은 다른 법인이 발행한 의결권 있는 주식(출자지분)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100분의 15를 초과하는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이 33조 8항에서 기업구조개선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 한국벤처투자조합 및 사모집합투자기구에 대한 출자 등을 통해 주식을 취득하게 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이에 대한 유권해석 여지는 남을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정비율 문제는) 산업은행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기보다는 금감원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패키지 딜의 진성매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가급적 LP참여를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패키지 매각은 시장에서 더 잘 키우고 성장시킬 수 있는 투자자들에게 자회사를 매각하겠다는 것이며 산업은행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다"며 "지금은 LP로 들어갈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혹 그런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허용되는 수준 안에서만 투자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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