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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제2의 대우조선' 사태 막을 견제장치 있나 [지배구조 분석]3개월 고민 끝 내놓은 처방 '임추위' 불과…산은법 '구조적 한계'

안영훈 기자공개 2016-11-04 10:40:0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03일 09: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의 혁신안이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 민간 위원 7명, 행내 위원 34명 등 총 41명이 머리를 맞대고 3개월을 고민한 결과물이 나왔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쇄신을 꾀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혜안'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지원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근본적 이유는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경제현안회의(서별관회의)와 같은 외풍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구조탓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지배구조를 개혁할 혁신안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사권을 갖고 있는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더라도 산업은행이 최소한의 발언권이나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방패막이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방패막으로 내놓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신설조차 도입검토 방안만 내놓았다.

◇임추위 신설 검토…외풍 차단 '역부족'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임추위 신설을 포함한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산은의 지배구조도를 보면 정부의 입김은 강력하다. 산업은행 회장 임명 제청권을 금융위원장이 가지고 있고 회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회장보다 조직 구성상 상위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는 금융위원장이 임면하는 이사들로 구성된다. 산은 회장은 해당 이사의 임명 제청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구조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이 정부의 바람대로 내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업은행 지배구조(15년말 기준)
정부의 수많은 간섭과 결정은 태생적으로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강점이자 한계였다. 대우조선해양에 수조원을 쏟아붓고도 부실을 막지 못한 이유 또한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의 압력이 가해졌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산은 안팎의 관계자들은 모두 인지하고 있다.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우조선 지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결정한 일로,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다"라고 말했다. 파장이 일자 발언을 거두어 들였지만 그의 말은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많은 관계자들이 인정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다 알고 있는 걸 말하지 않았을 뿐이고 말하면 안된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던 것이지 홍 회장의 말이 사실임을 모두 알고 있지 않느냐"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기폭제로 기안되고 토의가 시작된 혁신안이라면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

새로 발표된 혁신안을 보면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내용은 '임추위 신설'과 '사외이사 역할 강화안'이 대부분이다. 임추위는 3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구성원의 과반수 및 위원회 대표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지배구조법을 준수한다고 한다. 산업은행은 임추위 도입 방안은 다음주 내부 TF 구성 후 논의하게 된다고 말한다. TF에서 산업은행법 개정 사항인지, 정관 개정 사안인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도입될지는 아직 정해진바가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사외이사 역할 강화안은 출자회사관리위원회에 사외이사 참여 수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린다는 게 골자다. 출자회사관리위원회 참여 멤버 수를 기존 '사외이사 1명, 산은 임원 3명, 민간 5명'에서 '사외이사 2명, 산은 임원 2명, 민간 5명'으로 변경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지배구조 개선안이 계획대로 됐을 경우의 산업은행 지배구조는 과거와 다소 달라지게 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전무이사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권리를 갖는다. 회장의 이사 추천 권리가 임추위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멤버 구성에 약간의 변화가 오게 된다. 지금은 회장 1명, 상임이사(전무이사) 1명, 상임감사 1명(표결권 없음), 사외이사 4명이 이사회에 참석한다. 모두 금융위원회 영향력 아래 있다. 임추위가 신설돼도 구성원도 같고 금융위원회의 영향력도 같다. 임추위가 추천한 이사들을 금융위원회가 선임한다는 차이가 생긴다.

산업은행 지배구조(혁신안 반영후)
이번 혁신안에 기대를 걸고 있는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그나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외부 인사가 이사회에 더 많이 진입하게 됐다는 점을 주목한다. 산은 측도 자료를 통해 "투명경영을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계는 여전, 투명성 강화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서조차 사실상 열외

하지만 그나마 지배구조를 개선시킬 개연성을 주는 임추위 구성도 현재 상황에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임추위가 신설된다고 해도 어떤 역할을 할 지, 정부의 영향력을 다소 완화시켜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에서 임추위를 신설하는 일 자체도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시중은행에서 임추위는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기본 장치이자 법적 의무다.

이미 지난 8월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서 임추위 신설은 의무화되고 있다.

산은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뒤늦게 임추위 구성안을 내놓고 혁신을 운운하는 것은 한국산업은행법(이하 산은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충돌 때문에 그동안 사실상 적용 열외가 됐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서는 산은을 적용대상으로 분류하면서도 '다른 금융관계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란 단서(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4조)가 달려 있다.

산은이 따라야 하는 산은법에서 전무이사와 임원 제청은 산은 회장의 권리로 못박혀 있다. 결국 임추위 구성을 의무화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산은법으로 인해 후순위로 밀리고, 이것이 그동안 산은이 임추위 구성을 검토하지 않은 배경이다.

혁신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산은은 임추위 구성을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정황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을 준비하며 산은은 지난 7월 19일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기서도 산은은 사외이사 후보 제청은 산은 회장의 권한으로 규정했다. 임추위 구성 TF를 이제서야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매락이다.

임추위가 제기능을 하려면 산은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관계부터 정리돼야 한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추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산은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대표발의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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