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전철사업]경직된 실시협약, 건설사 재무부담만 키워①'용인 학습효과' 지자체 재정지원 어려워…MRG도 사라져
이상균 기자공개 2016-11-10 08:27:45
이 기사는 2016년 11월 09일 08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전철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용인경전철과 의정부경전철은 개통 이후 수천 억 원의 적자가 누적된 상황이다. 현재의 사업구조로는 건설사의 재무 부담이 지나치게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그나마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우이신설경전철과 PF 자금조달을 완료한 신림경전철은 시공사를 구했지만 위례신사 경전철을 비롯한 나머지 사업이 문제다. 사업구조를 뜯어 고치지 않는 한 향후 진행될 경전철 사업에서 건설사를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용인경전철 계기 지자체 태도 달라져
국내 최초인 용인경전철 사업까지만 해도 건설사에게 경전철 사업은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에 비유됐다. 용인경전철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손실을 용인시가 보전해줬기 때문이다. 용인경전철 개통 이후 운영을 맡은 건설사들은 승객수가 아무리 적어도 적자 걱정을 하지 않았다. 용인시와 사업시행사인 ㈜용인경전철이 체결한 실시협약은 용인시 입장에서 불공정 계약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쓰라린 경험을 한 지방자치단체들의 태도는 이후 180도 달라졌다. 용인경전철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최소 운영수익 보장(MRG)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일례로 의정부경전철은 실시협약에서 체결한 예상운임의 50% 이상이 돼야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가능하다.
50%라는 숫자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의정부시가 제시한 예상 승객 수는 2012년 7만 9049명에서 올해 11만 8998명으로 매년 1만 명씩 증가했다. 올해 예상 승객 수는 의정부시 인구의 30%에 해당한다. 예상치가 워낙 높다보니 의정부경전철은 단 한 차례도 MRG를 충족하지 못했다.
향후 개통하는 경전철은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아예 불가능하다. 2009년 이후 MRG가 시장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이신설경전철과 신림경전철은 운영과정에서 아무리 큰 손실이 나도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건설사 홀로 운영손실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건설사로서는 경전철 사업의 수익성은 낮아지고 리스크는 커졌다.
◇실시협약 변경, 불가능에 가까워
한 번 맺어진 실시협약의 변경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시협약은 보통 경전철 개통 이후 30년간 적용된다. 의정부경전철처럼 지난 5년간 3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해 실시협약을 변경하려고 해도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법적소송에 2~3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파산 위기에 직면한 의정부경전철은 건설사들이 실시협약의 변경 등 사업 재구조화를 요구했지만 의정부시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경전철 사업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시협약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경전철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것은 교통량과 운임 수준, 정부지원금, 민간자본 등이다. 현재처럼 경전철 운영기간이 30년이라면 이 기간 내에 민간자본의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교통량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적자가 나온다면 이에 대응해 실시협약을 수정해야 한다. 일례로 정부지원금을 증액하거나, 실시협약에 명시된 운영기간을 30년에서 50년으로 늘리거나, 금융회사에서 대출기간을 연장하는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교통량이 많다면 운영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정부지원금을 늘려서 운영기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교통량과 운임 예측의 잘못이 민간에 있다면 건설사에서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감자를 통해 감소시키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정부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면 정부가 재정지원을 확대하거나 운영기간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시협약에서 변경이 필요한 부분이 발견됐는데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면 제3의 독립적인 기관에 맡길 수도 있다"며 "결론을 내리는데 6개월이면 충분해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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