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의 백기사 '스위스계 투자자' [지배구조 분석]드웨이·BPDG SA 등 42.7% 보유, 의결권 위임계약으로 지배력 확보
안경주 기자공개 2016-11-14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정보통신(KICC)은 긴 역사만큼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너인 박헌서 회장은 20% 가량 지분만으로 한국정보통신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위스계 투자회사인 드웨이(DE WEY & CIE SA)사 등으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은 주주간 계약으로 지배구조가 구축된 덕분이다.박 회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정보통신 지분율 20.78%(806만5016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국정보통신 계열사인 한국정보통신서비스가 보유한 지분율 2.64%(102만5475주)를 포함하더라도 직간접 지배력은 23.42%에 그친다.
반면 한국정보통신의 해외 투자자 지분율은 60%에 달한다. 지분율 25.64%(995만219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드웨이사를 비롯해 미국계 투자회사인 이노바 파트너스(Innova Partners, LLP)와 스위스계 투자회사인 방끄 프로필 드 게스통(Banque Profil de Gestion SA, 이하 BPDG SA)의 지분율은 각각 17.05%(661만7737주)와 13.16%(510만6433주)이다. 여기에 프리맥스 매니지먼트(PRIMAX MANAGEMENT, INC.)가 갖고 있는 지분율 3.66%(142만429주)를 합하면 해외 투자자 지분율은 59.51%에 달한다. 지분율만 놓고 본다면 박헌서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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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해외 투자자들과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의결권행사 위임계약을 체결해 한국정보통신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셈이다. 현재 의결권행사 위임계약을 체결한 곳은 드웨이와 BPDG SA 등 두 곳이다. 두 곳의 지분율은 38.8%로 박 회장이 직간접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분과 합하면 의결권 비율은 62.22%에 달한다.
여기에 이노바 파트너스 역시 박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2014년 상반기까지 의결권행사 위임계약을 맺었지만 현재 해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감안하면 대다수 해외 투자자가 박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투자를 받으면서 박 회장의 지분율은 줄었지만 해외 투자자의 지지를 받으면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박 회장과 해외 투자자 사이의 협업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은 1986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신용카드 부가가치통신망(VAN, 이하 밴) 사업자다. 신용카드 조회단말기 '이지체크'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정보통신과 드웨이·이노바 파트너스 등 해외 투자자들과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너인 박 회장은 한국정보통신을 설립한 후 1990년대 후반 한국전화번호부(617억 원)와 티켓링크(200억 원)를 인수, 사업을 확장하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로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전화번호부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차입금이 과다해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아왔다.
한국정보통신은 자금 확보를 위해 2003년 4월 BPDG SA(당시 사명은 SBP SA·Societe Bancaire Privee SA)을 대상으로 1200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그러나 한국정보통신의 재무건전성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박 회장은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감수하고 2004년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계획을 마련한다. 이 때 투자자로 나선 곳이 드웨이다. 드웨이는 2004년 7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995만2192주(당시 지분율 36.80%)를 확보했다.
BPDG SA도 전환사채를 조기상환하는 조건으로 유상증자에 2005년 1월과 2월 두 차례 참여했다. 당시 확보한 주식 수는 515만2433주였다. 이노바 파트너스도 같은해 1월과 7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661만7737주를 보유하게 됐다.
그 결과, 2005년 말 기준 박 회장은 한국정보통신 지분 26.0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드웨이는 25.64%, 이노바 파트너스는 17.05%, BPDG SA는 13.28%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이 때부터 박 회장은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희석됐지만, 의결권 위임계약을 통해 지배구조를 확고히 했다. 단순 재무적투자자(FI)로 여겼던 드웨이 등 해외 투자자들은 13년 동안 박 회장의 확실한 백기사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다만 박 회장의 불안한 최대주주 지위는 지난해 9월 프리맥스 매니지먼트에 대물변제를 위해 지분 5.26%(204만429주)를 넘기면서 끝났다. 드웨이를 최대주주로 한 지분구조가 완성된 시점이다.
시장은 박 회장과 주요 해외 투자자와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이 이들로부터 지분을 인수할 여력이 없는 만큼 한국정보통신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현 관계를 지속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이노바 파트너스와의 의결권 위임계약이 해지된 만큼 지금까지 유지해 온 우호적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않아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당장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한국정보통신의 지배구조는 해외 투자자와 우호적인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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