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발전, 이번엔 팩스입찰..불건전 관행 '종합판' 이달 내내 물량 조정에 수수료 녹이기…투자자 일부, 거래 단절 의사까지
배지원 기자공개 2016-11-24 08:22:14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3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남부발전이 오는 25일 또 한번 200억 원의 채권 입찰을 진행한다. 이번 입찰은 사설 전자 입찰 시스템이 아닌 팩스를 통한 직접 입찰 방식으로 실시한다. 사설 전자 입찰 자체도 적정 가격 결정에 있어 문제가 많지만 팩스 입찰은 사실상 인수단 선정 과정에서 불투명성이 더욱 크다.이 때문에 일괄신고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와 수요예측의 전면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 권고를 했지만 전혀 말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투자자를 미리 확보한 뒤 형식적 입찰에 나섰을 가능성이 가능성이 높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남부발전은 대개 본드웹 시스템을 통해 입찰을 진행한 뒤 금리에 맞춰 선택적으로 물량을 조절해와 논란을 야기해 왔다. 남부발전은 이에 대해 "내부 사정일 뿐이며 공개할 수 없다"며 취재에 협조하지 않았다.
◇발행마다 번번히 물량 조절…시장 소통의지 부재
남부발전의 이번 채권은 총 200억 원 규모로, 10년물 단일물로 구성됐다. 25일 형식적 입찰을 진행한 후 내달 2일 발행할 예정이다.
남부발전은 기존 방식인 전자입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입찰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 "발행 물량이 이전보다 적고, 이미 투자자를 확보해둔 터라 직접 입찰방식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부발전은 이달 4일에도 900억 원의 공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발행 예정액은 1100억 원이었으나 입찰결과 금리가 만족스럽지 않자 발행물량을 줄였다. 지난달 12일에도 같은 행태를 보여 공분을 샀다. 발행예정액은 1200억 원으로 제시했지만 결국 700억 원으로 규모를 축소시켰다.
그간 남부발전은 수 차례 발행액을 '고무줄'처럼 조정하면서 투자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시한 금리밴드 안에서 입찰을 해도 마음에 드는 금리의 물량만 골라서 발행하다보니 시장 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남부발전의 발행 방식에 대해 시장이 부정적이다 보니 입찰에 나서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부발전이 이러한 행태를 지속할 수 있는 것도 현행 제도의 문제"라며 "현재 일괄신고제도가 발행사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발전 공기업 채권도 수요예측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성현 한국남부발전 차장은 이에 대해 "발행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발행을 마친 것"이라며 "현재 제도 체계 안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상황에 따라 많이 발행할수도, 적게 발행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증액발행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고, 물량을 줄인 것에 대해서만 비판이 따르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안성현 차장은 "시장과 교감을 하고 있으나, 일부 투자자들이 원하는 물량을 가져가지 못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는 "투자를 원하는 기관이 있을 경우 증액을 할 수는 있지만, 원하는 밴드 안에 수요가 충분한 데도 물량을 줄이는 것은 시장과의 교감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라며 "선진적인 재무정책이 시장과의 소통에 있다는 점에서 재무정책에 있어서는 전혀 AAA급 기업답지 못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수수료 녹이기' 관행 남부발전債에 지속…'과도한 저금리 요구'
물량 조절 뿐만 아니라 '수수료 녹이기'와 같은 불건전 관행도 계속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5월 "불건전 채권 인수 사례가 지속할 경우 일괄신고채권에도 수요예측을 도입할 것"이라고 경고를 하면서 일순간 관행이 사라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초 발행된 남부발전의 채권에서 또다시 수수료 녹이기 관행이 포착됐다. 이달 4일 발행 직후인 7일, 3년물 채권 일부는 싼 값에 매매가 이뤄졌다. 3년물 채권이 발행금리보다 6.7bp 높은 수준에 거래됐다. 매수와 매도를 합친 거래량은 200억 원어치다.
발행금리는 연 수익률이기 때문에 3년물의 경우 약 20bp(6.7bp*3년)의 손실을 감수하고 채권을 매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교롭게도 인수단이 받은 수수료 수준과 일치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수단 중 1개 증권사가 수수료 녹이기를 통해 채권을 매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 녹이기는 발행사가 '갑'의 위치에 있는 우량 발행사가, 인수단에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증권사가 낮은 금리로 채권을 인수한 다음,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고 시장에 다시 내놓는 방식이다. 도큐멘테이션 작업 등 그동안의 수고를 보면 증권사로서는 사실상 손해보는 장사다.
'수수료 녹이기'는 정상적인 금리 결정 절차로 시장 금리를 왜곡하는 등 불공정 행태로 지적돼 왔다. 특히 남부발전은 과거 국고채보다도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면서 신용 스프레드가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괄신고제도의 최대 수혜자인 발전 공기업 스스로가 당국의 개입을 유도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왜곡, 발행물량 조정 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예측 없이 채권이 발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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