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12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던 2015년 10월. 장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과장이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구속 수감된 장 회장의 부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시점. 업계에선 장 과장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거라 내다봤다.전망은 정확했다. 장 과장은 최근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이사로 파격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공식 직함은 비전팀장. 2007년 입사 후 10년 동안 과장으로 지내며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이제 비전팀 리더로서 그룹의 장기 경영전략 수립, 신규 먹거리 발굴 등을 책임져야 한다.
장 이사의 고속 승진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에게 그룹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책을 맡기기엔 다소 이르지 않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해외에 머문 탓에 국내 업무에 아직 익숙치 않은데다 전략팀에서 근무한 것도 1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숙부인 장세욱 부회장이 장 이사의 든든한 조력자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동국제강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경영 노하우를 직접 전수하기 위해 조카의 임원 발탁을 적극 추진했다. 지난해 7월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장 부회장은 형을 대신해 재무약정 조기 졸업, 브라질 제철소 가동 등 그룹 재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반등이냐 정체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2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한 결과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등은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지금 동국제강에 필요한 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작업이다. 비전팀을 이끄는 장 이사가 달성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철강업계 불황 속에서 실적 개선을 이끌 만한 수익원을 마련한다면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인사 발표 직후 장 이사는 비전팀에 첫 회식을 제안했다. 비전팀은 지난 수 개월간 전략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인근 고깃집에 모인 4명은 늦은 시간까지 동국제강의 미래, 팀의 목표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자신의 행보에 회사 안팎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험대에 오른 그가 앞으로 본인의 능력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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