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홀어머니 곁 지킨 조양호 회장 한진 창업주 부인 김정일 여사 별세, 눈물 훔치는 조현민 전무
김성미 기자공개 2016-12-16 15:00:05
이 기사는 2016년 12월 16일 12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故) 김정일 여사는 한진그룹의 정신적 지주였습니다."16일 오전 8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축 처진 어깨와 고개를 떨군 모습으로 서울 서대문구 연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조 회장은 올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최순실 사태 등으로 유독 힘든 일을 많이 겪었으나 이날만큼 침울하고 슬픈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향년 93세의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부인이자, 조 회장의 어머니인 김정일 여사가 전날 오후 9시 42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 김 여사는 최근 노쇠해 인천 중구 인하대학교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조 회장은 지난 6일 최순실 청문회 등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날에도 매일 인하대병원을 찾아 어머니 곁을 지켰다고 한다.
손자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도 조 회장의 뒤를 이어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아버지를 도와 빈소를 꾸리는 것을 도왔다.
오전 9시 40분경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어머니와 함께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진에어 마케팅본부장(부사장)을 맡고 있는 조 전무는 전날 진에어 두 번째 장거리 노선인 호주 케언즈 노선 취항으로 분주한 상황에도 서둘러 빈소를 찾았다. 기자가 할머니에 대한 추억에 대해 묻자 눈물을 글썽이며 "이제 도착해서 나중에 답변하겠다"고 말하고 빈소에 들어갔다.
오전 10시부터 공식 조문이 시작됐다. 김 여사는 조 창업주와 함께 독실한 원불교 신자로 살았던 만큼 장례도 원불교 형식으로 진행됐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조문객들의 발길로 붐볐다. 한진그룹 계열사 사장 등 임원들과 가족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에서 조양호 회장, 조원태 대표, 조현민 전무가 조문객들을 맡았다. 조 전무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조문객들 중 방송인 최불암 씨도 있었다. 최 씨가 조문을 마치고 나오자 조 전무가 눈물을 훔치고 달려 나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최 씨는 대한항공과의 인연이 깊다. 20년 전 대한항공의 광고 모델이던 그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전국후원회장을 맡으며 대한항공에 신세를 많이 졌다고 한다. 대한항공의 후원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공익광고를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 씨는 문상 후 "조 전무가 상당히 슬퍼하니 나도 가슴이 먹먹하다. 할머니를 잃어서 그런 것 같다"며 "조 회장과는 공식석상에서 많이 마주쳤다. 예전 같지 않고 많이 마르셨다. 어린이재단에서 대한항공에 신세를 많이 졌다"고 말했다.
1923년 태어난 김 여사는 1944년 조 창업주와 결혼했다. 조 창업주와의 슬하에 조양호 회장과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현숙 씨 등 4남1녀를 뒀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현모양처 스타일로 조 창업주를 묵묵히 내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 며느리임에도 시어른을 모시고 어린 시누이와 시동생들을 보살피는 등 맏며느리 역할을 했다.
한진그룹이 글로벌 종합물류 기업으로 성장한 데엔 김 여사의 역할이 컸다고 한진 측은 설명했다. 조 창업주가 베트남 전쟁 당시 현지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할 때 김 여사는 주변 만류를 뿌리치고 전장에서 함께 생활한 게 대표적인 예다.
김 여사의 빈소는 서울 연대세브란스병원 특실 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이며 장지는 경기 용인시 하갈동 선영이다. 한진그룹은 조화와 부조금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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