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23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업승계는 대기업 재벌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오너들에게 있어서도 큰 고민 거리 중 하나다. 어렵사리 후계자를 정했더라도 유류분 제도 등 장애물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권을 온전히 넘겨주기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신탁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금융회사들 사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 분쟁도 피하고 효율적으로 가업승계를 할 수 있는 도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실제 가업승계를 위해 신탁을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은행법,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등 현행법에서 가업승계를 위한 신탁의 활용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과 보험업법은 은행과 보험사에 대해 의결권이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 1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 이상을 보유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탁계약은 신탁 자산의 소유권이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넘어가기 때문에, 중소기업 오너가 자신의 회사 지분 15% 이상을 은행이나 보험사에 신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른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20% 이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금융위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금지시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혹시나 금융위 승인을 받아서 지분율 20% 이상의 주식을 맡겼다손 치더라도 이번에는 자본시장법이 발목을 잡는다. 자본시장법은 신탁 자산으로 편입된 주식에 대해 15% 이내의 의결권만 인정해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대주주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번 신탁업 개선 TF에서 이처럼 신탁에 편입된 주식의 의결권 행사 요건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히 다 풀어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보다는 비율을 15%에서 조금 더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결권 제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 신탁업 TF에서 제시된 신탁전문회사 도입으로도 중소기업 가업승계신탁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