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채 고집하다 유상증자 '실기' [대한항공 유상증자]선제적 재무구조 개선 불발…재무전략 실패
임정수 기자공개 2017-01-11 11:23:0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0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 적정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상증자를 최대한 미뤄 놓은 채 영구채 발행 추진과 무산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끈 탓에, 신용등급이 BBB로 추락하면서 재무적 리스크가 커졌다는 평가다.10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대한항공 유상증자 추진에 대해 "실기했다"는 평가가 업계에 지배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진해운에 대한 꼬리자르기를 한 뒤 곧바로 유상증자를 통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했다면 신용등급 추가 하락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영구채 발행을 추진한 것이 대한항공 재무 정책의 가장 큰 실책이었다"면서 "발행 성사 가능성이 적은 영구채를 고집하다가 재무 개선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끄는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한항공은 2016년 하반기에 해외에서 3억 달러(36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해외 투자 수요 모집에 나섰다가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
뒤이어 다시 영구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재차 실패하면서 결국 영구채 발행 계획을 접어야 했다. 은행권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으려던 노력이 불발되고 투자자들에게 영구채 발행금리를 지나치게 낮게 제시하면서 투자자 확보에 실패했다.
영구채 발행 추진과 실패를 거듭하는 사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2분기 연속 보유 유가증권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환율마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외화부채 환차손이 확대된 것도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혔다.
이 때문에 가파른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2016년 3분기 말 현재 900%대로 급등했다. 4분기 손상차손과 외화 환차손 등을 고려하면 2016년 말 부채비율이 100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채비율 급등은 1조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한 기한이익 상실 우려로 연결됐다. 투자자들은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000%를 넘으면 현재 발행돼 있는 8700억 원어치의 회사채에 대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 특정 채권에 기한이익 상실이 선언되면 나머지 채권도 자동으로 기한이익 상실 요건에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상증자로 미리 손을 써 부채비율 관리를 했더라면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빨리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규모 회사채와 차입금에 대한 기한이익 상실 우려도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IB 담당자는 "현재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져 회사채를 인수해 줄 증권사를 찾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면서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신용등급을 BBB+로만 유지했어도 회사채 발행을 지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