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 늦깎이 사업가, 화장품으로 인생 바꾸다 [IPO & CEO]①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
이길용 기자공개 2017-02-09 09:47:42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8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6세. 불혹(不惑)을 훌쩍 넘긴 나이.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벅찬 것이 사실이다. 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부한 말을 입증시킨 화장품 업계의 산증인이다. 더군다나 금융인으로 20여년간 몸을 담았지만 화장품 회사 창업자로 성공적인 변신을 입지전적 인물이다. 늦은 도전에 가족들이 반대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렸고 에스디생명공학이라는 회사를 일구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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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현대종합금융에 입사한 박 대표는 당시 회사에 50억 원을 안겨다줬던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자본시장 자유화가 이뤄지지 않아 회사채 발행이 지금과 같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때다. 단기금융부와 증권부를 모두 경험한 그는 3년물 종금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들에게 장기자금을 대출해주는 구조를 고안했다. 당시에는 이것이 색다른 아이디어였고 박 대표는 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 뱅커가 됐다.
이후 3년간 홍콩에 있는 일본장기신용은행에서 근무했던 박 대표는 현대선물을 거쳐 IMF 사태 이후 벤처캐피탈(VC)로 자리를 옮긴다. 알파인기술투자에서 심사역으로 일했던 박 대표는 벤처 버블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바이오 벤처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변신한다.
CFO로 활약하며 박 대표는 바이오 기업들의 생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4년 간의 CFO 생활을 끝으로 그는 화장품 회사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2008년 당시 그의 나이는 46세. 당연히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꿋꿋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창립일은 2008년 9월 19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4일이 지난 후다. 모두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 시점이었지만 그는 남들게 다르게 화장품 회사에서 희망을 봤다. 한국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 기존에 있었던 화장품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경영난에 파산까지 겪는 곳들이 속출했다.
박 대표는 당시 화장품 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기존에 사업자들은 브랜드와 생산 시설을 모두 갖춘 곳들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이 혜성처럼 떠올라 브랜드와 기술력 만으로도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최적기였다.
46세에 시작한 도전은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동업을 하기로 했던 의사 친구는 회사를 떠났고 창업 이후 곧바로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브랜드 전략을 짜고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초창기에는 자본이 부족해 고려대학교와 산학 협력 방식으로 기술력을 확보했다.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제품이 출시되고 매출이 발생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기초 화장품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했는데 행운은 비비크림에서 찾아왔다. 한류 붐이 일면서 2010년부터 국내 화장품 회사의 비비크림을 찾는 일본 소비자들이 급증했다. 에스디생명공학도 일본향 수혜를 받기 시작했다. 금융인에서 화장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완전히 변신했다고 선언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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