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계 저축은행 '두 개의 실적' 만연 회계기준 따라 발표실적 달라..시장 혼란 초래해도 업권·당국 '느긋'
정용환 기자공개 2017-02-22 09:28:23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1일 15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돼있는 지주계 저축은행들 모두가 매번 두 개의 실적을 발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모(母)회사인 지주회사들이 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자(子)회사인 저축은행의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저축은행들 스스로는 K-GAAP(한국회계기준)에 따라 실적을 발표하는 탓이다.더벨이 최근 2년 여에 걸친 지주계 저축은행들의 실적 자료를 조사한 결과 모(母)회사인 지주회사들과 똑같은 수치의 실적을 발표해온 지주계 저축은행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지주계 저축은행의 실적은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IFRS 기준으로 발표되는 실적 따로, 저축은행 자체적으로 공시하는 K-GAAP 기준 실적 따로 존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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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회계기준 탓에 저축은행의 실제 경영 성과가 금융지주회사 측 실적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KB저축은행의 2015년 실적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KB저축은행 자체 검토보고서 및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에 떨어졌다가 한 차례 크게 오른 2015년 당기손이익이 KB금융지주 실적발표자료에선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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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에 따라 실적 자체의 변동폭이 달라지는 경우 또한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신한저축은행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신한저축은행은 자체 검토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통해 최대 88억 원, 최소 마이너스(-) 50억 원의 분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 측 실적발표자료에 따르면 그 변동폭은 최대 45억 원, 최소 -18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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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저축은행 역시 마찬가지 경우다. 하나저축은행이 공시한 자체 검토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통해 본 실적 추이와 하나금융지주가 그간 공시한 실적발표자료에 나온 실적추이는 그 방향성이 동일하다. 그럼에도 변동폭만 놓고 보면 하나금융지주 측이 발표한 순이 규모가 하나저축은행이 공시한 순익 규모에 비해 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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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순이익을 올리면서 그 몇 배에 달하는 규모의 순손실을 시장에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 NH저축은행의 자체 검토보고서 및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NH저축은행은 2014년 3분기 중 15억 원, 4분기 중 23억 원의 분기순이익을 각각 올렸다. 하지만 NH금융지주의 실적발표자료는 이를 각각 128억 원, 114억 원의 분기순손실로 기록했다. 당시 연결기준의 회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영업권을 일거 상각하며 생겨난 현상이다.
이와 같은 '두 개의 실적'은 해당 저축은행에 대한 시장의 혼선을 초래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자에게 "금융지주 측 실적발표자료(IFRS기준)는 다루지 말아달라"며 "그런 기사가 나가게 되면 이후에 발표되는 저축은행 실적자료(K-GAAP기준)를 접한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저축은행은 왜 엉터리 공시를 하느냐'며 항의해와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느긋하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K-GAAP은 과거부터 쭉 써왔던 회계 기준이기 때문에 당국에서 강제하지 않는 이상 굳이 바꿔야할 필요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며 "K-GAAP을 기준으로 산출한 실적이나 IFRS를 기준으로 산출한 실적이나 어느 한 쪽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당장 IFRS 도입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들을 상대로 K-GAAP이나 IFRS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며 "IFRS의 경우 오는 2018년부터 본격화하는 IFRS9에 따라 회계정책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적용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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