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13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덩치를 키운 선두 P2P 대출 기업들이 외부 감사를 받게 됐다. 현행법상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20억 원을 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일정 규모까지 성장한 기업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보를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P2P 대출업이 금융 시장의 유의미한 플레이어로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그런데 한가지 의아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의무적으로 외감을 받아야 하는 주체가 P2P 대출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별 P2P 대출 회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대부업 자회사가 외감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P2P 대출은 회사가 우선 자기자본으로 차입자에게 대출을 실행하고 해당 대출에 대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투자자에 파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국내 시장 상황은 조금 다르다. 앞서 금융당국이 P2P대출 회사를 '중개(플랫폼)' 업체로 규정, 대부업 자회사를 통해서만 대출을 실행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즉, 국내에서 P2P 대출 사업을 하고 싶은 사업자라면 반드시 대부업체를 설립해야한다.
하지만 '대부업' 꼬리표를 단 P2P 업체들이 정작 대출은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지난 달 확정된 가이드라인은 P2P대출 업체의 자기자본 투자와 연계 금융사의 투자 개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속한 대출을 위해 P2P 대부 자회사가 먼저 대출금을 집행하고 차후 투자자를 모집해 온 '선(先)대출'이 사실상 금지된 것이다. 큰 틀에서 P2P 대출을 대부업으로 규정해 놓고 정작 대부업의 핵심인 금전 대부는 할 수 없게 만든 셈이다.
가능한 활동만 규정에 담고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것을 포지티브(Positive) 규제라고 한다. 포지티브 방식은 항생제와 같다. 초기에는 적은 양으로도 쉽게 치유되지만 약에 의존하는 상황이 깊어질 수록 내성이 생겨 더욱 강력한 항생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때에 따라선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한다. 약이 또 다른 약을 부르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모순'을 낳은 지금의 P2P 금융 규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가이드라인 실행 이후 관련 업계는 규제의 틀 안에 시스템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대출 상품에 대한 질적인 고민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 버렸다.
포지티브 규제가 반드시 '긍정적인' 발전을 유도하진 않는다. P2P 시장에도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되 특정 사항만을 금지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규제가 필요하다. 복잡한 규제의 살타래를 정리하는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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