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SK루브·오일뱅크 IPO, 이유는 달랐다 [Deal Story]모기업의 어닝 서프라이즈 vs 현대重 분할로 오너 지배력 강화
민경문 기자공개 2017-03-16 15:46:11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3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가능성을 둘러싸고 매년 IPO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모회사의 재무개선이라는 취지와 조(兆)단위로 예상되는 공모 사이즈도 비슷했다. 양사가 국내 정유업계에 차지하는 존재감 역시 IPO 기대감을 높여왔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양측 모두 '기대주'에만 그쳤다는 게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최근 상황은 양측 모두 IPO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애꿎은 주관사만 몇 년간 '무료 봉사'를 해 온 꼴이다. 다만 IPO 중단 배경은 양측이 판이하게 달라 보인다. 모회사의 실적 개선으로 IPO가 필요 없어진 SK와 달리 현대중공업은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IPO 효용을 떨어뜨렸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모회사의 어닝 서프라이즈, SK루브리컨츠 IPO 무용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추진한 시기는 2012년 부터다. 구주매출 등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개선을 도모하겠다는 목적이 컸다. 2014년 5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상장과 경영권 매각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6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조 원을 넘기기도 했다. 덕분에 임직원들은 1년치 연봉 절반에 가까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계열 전체적으로 상반기 성과 개선 및 차입금 축소가 이뤄져 재무구조가 안정화되고 있는 만큼 굳이 무리해서 자회사 상장을 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2014년 말 119%까지 치솟았던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77%까지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IPO 의지 없었던 오일뱅크, 현대重 분할로 오너 지배력 강화
현대오일뱅크는 어떨까. 처해진 상황만 보면 SK루브리컨츠보다 서둘러 IPO를 진행해야 했다. 모회사 현대중공업의 재무여력은 SK이노베이션보다 심각했다. 차입금 급증과 적자 지속으로 2014년 AA+였던 신용등급은 현재 A0(부정적)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적정 밸류에이션 논란으로 자회사 IPO는 지난 7년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내 유일한 캐시카우였지만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오너의 상장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지난해 3조 5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에도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있었지만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최근 현대중공업 인적 분할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비조선부문이 6개 독립회사로 분할됐다. 차입금 중 3조 4000억 원이 분할회사로 넘겨졌고 현대오일뱅크 지분(91%)는 지주사격인 현대로보틱스가 가져갔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현대중공업의 재무개선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진 셈이다. 현대로보틱스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10.2%)이다.
계열사 출자전환까지 고려하면 현대로보틱스에 대한 정 이사장의 지분율은 40%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결국 그룹 알짜 계열사(현대오일뱅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현대로보틱스를 통해 고스란히 정 이사장에 전달되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3% 증가한 9657억 원이었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2015년 6294억 원)을 넘어선 수치다.
시장 관계자는 "정 이사장 입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굳이 IPO를 통해 새로운 주주들과 나눠가질 이유가 없을 것"에 "현대중공업의 실적 개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형식적으로나마 재무개선 효과를 도모하고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오너의 지배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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