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14일 08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회장이 정면 승부를 택했다. 우선매수권에 각종 제약을 걸어둔 산업은행의 입장을 뒤로 한 채 "나에게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13일 밝혔다. 앞서 "이미 인수 대금을 대부분 구했다"던 박 회장의 주장은 '언플(언론플레이)'일 것이란 관측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 모두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다.박 회장의 갑작스런 대응에 산업은행은 난처한 기색이다. 우선매수권은 제3자에게 양도가 불가하고, 행사를 위해서는 컨소시엄 구성도 안된다는 입장이 오랜 기간 확고했다. 하지만 우선매수권 협약 자체에 박 회장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양자간 맺어둔 협약에 존재하는 "채권단의 '사전 동의'가 있으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박 회장은 해당 조항에 따라 볼 때 산업은행이 채권단 동의 자체를 구하는 절차를 묵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주협의회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부의 안건 통과가 가능한 가운데 산업은행은 30% 가까운 채권비율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도 박 회장이 이를 밀어 붙인 이유는 기회를 '주느냐, 안 주느냐'만 가지고도 또 다른 측면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적으로 맞서면 계약 조항에 포함된 동의 기회를 산업은행이 과연 부여했느냐 여부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작 동의 안건 부의 절차에 재차 나서면 SPA를 맺어둔 더블스타가 심한 반발을 할 수도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사뭇 난감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박 회장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은 사실 스스로 판 무덤이란 평가가 많다. 과거 금호산업 매각 당시에도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유리한 매각 구조를 만들어줬다. 당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것 자체가 '특혜' 시비를 불렀고, '헐값'에 사갈 수 있는 조건도 달아줬다. 박 회장에게 끝까지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보였다.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와 SPA 체결 시점을 과도하게 지연시킨 것도 박 회장이 이전과 같은 기대를 키운 계기가 됐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더블스타는 9550억 원대 가격을 써내고 1월 16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SPA 체결까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을 별 이유없이 기다렸다. 산업은행에 이에 대한 불만까지 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에게 인수대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물론 산업은행은 이를 부인한다.
뭐가 됐든 산업은행이 박 회장에게 이번에도 발목을 잡힌 건 과거 금호산업 매각 당시 보여줬던 어정쩡한 태도 탓이란 지적이다. 특히 당시에도 걸림돌이 됐던 우선매수권의 '동의시 예외 조항'을 왜 굳이 지속해서 유지해왔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모로 보나 자충수였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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