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이슈' 현대차, 자사주 활용법은 인적분할시 1.5조 의결권 부활, '모비스·현대엔지' 기업가치 변화 주목
길진홍 기자공개 2017-03-24 08:21:37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2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 개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보유 중인 자사주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자사주 의결권이 살아나 오너일가 사업회사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현대모비스와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자사주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의결권이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보유 중인 자사주 규모가 작아 실질적으로 지배력 확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는 22일 현대차가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로부터 '현대자동차' 브랜드 사용료로 139억 원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술렁였다. 현대차가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지주사 기능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도화선이 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기아차 등의 인적분할과 분할회사 통합 등의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사실상 내부에서 '가업 승계'를 금기시하다시피 하고 있는 가운데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브랜드 사용료의 경우 각 계열사가 분담금 형태로 부담하던 광고비를 대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그룹 차원의 광고와 사회공헌 활동비를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 계열사로부터 충당했다. 이를 현대차가 전액 부담하고, 관련 비용을 브랜드 사용료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기업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를 제한하는 상법개정 국회 논의와 맞물려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이 어떤 식으로든 가시화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선 보유 중인 현대차그룹의 자사주 의결권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는 자사주 2.9%를 보유 중이다. 시가로 환산하면 1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인적분할이 이뤄질 경우 이 주식은 지주사의 사업회사 지분으로 분할한다. 이는 현대차 최대주주로 현대모비스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28%를 보유 중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기아차는 각각 0.54%(1333억 원)와 0.97%(2431억 원)의 자사주를 갖고 있다. 그룹 주력 3사가 인적분할을 단행할 경우 약 1조 4768억 원의 자사주가 의결권으로 부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룹 주력 3사가 잇달아 인적분할을 단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1조 4768억 원에 해당하는 의결권 취득 효과를 거둔다. 금전적인 측면에서 삼성전자 자사주 12.8%(약 37조 원) 가치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업승계 지렛대 역학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창업주 3세인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미미한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의결권 부활로 사업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문제는 세금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잇단 분할과 투자회사 통합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정 부회장의 경우 최종적으로 통합 투자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엔지니어링(11.72%) 지분을 활용한 재원 마련 과정에서 적잖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지주사에 대한 주식 현물출자로 영향력을 확대한다고 해도 3사 통합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지출될 전망이다.
일부는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지주사 전환에 이은 현대글로비스와의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동안 업계에서는 현대차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정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의 통합이 정설처럼 굳어져 왔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정 부회장은 단번에 현대차를 지배한 현대모비스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다만 통합 과정에서 정 부회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글로비스 기업가치가 더욱 확대돼야 하는 전제가 붙는다. 동시에 현대모비스 자사주 확대로 분할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과제로 꼽힌다. 이 같은 관점에서 아직까지 가업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이 미비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업승계를 바라보는 현대차 내부 분위기도 무르익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2세 승계를 논의하는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배구조 변화를 수반한 지주사 전환 언급을 금기시할 정도로, 경색돼 있다. 향후 현대차그룹 계열 자사주 취득 여부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 변화는 지배구조 개선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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