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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이랜드월드 여신 축소 '박차' 장기차입 실현 기피, 단기차입비율 확대…이랜드리테일 IPO '사활'

김장환 기자공개 2017-04-28 09:50:00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7일 0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2016년 한 해 동안 이랜드 그룹 여신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이랜드 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사업 성장 전망 약화와 수익성 약세, 재무구조 부진 등 삼중고에 휩싸이자 여신 건전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다. 차입 축소 움직임이 이로 인한 변화는 아닌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이랜드 그룹 계열 여신 비중을 지속해서 축소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랜드 그룹이 지난해 들어 현금창출능력이 크게 약화되고 중국과 마찰로 장기 사업 전망마저 불안한 추세로 돌아서자 기존 차입금 만기 연장을 통한 이자 마진 확대보다 원금 회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랜드 그룹 패션부문을 영위하는 사업형 지주사격인 이랜드월드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실제 지난 1년여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 여신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게 눈에 띈다. 특히 장기차입을 거의 실현해주지 않고 있는 추세여서 단기 회수 전략에 보다 초점을 맞춰 둔 모양새로 보인다.

이랜드월드의 2016년 연결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로 끌어온 장기차입금은 5854억 원에 불과했다. 전년도만 해도 1조 3217억 원대 장기차입을 실현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절반에도 못미쳤다. 신규 단기차입 역시 1839억 원에 그쳐 장기차입 축소분을 만회해주는 수준은 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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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월드의 지난해 장기차입금 축소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여신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산업은행 등이 이랜드월드에 제공한 장기차입금은 1조 7460억 원 가량이다. 전년도 1조 8447억 원이었던 이들 은행권의 장기차입 규모가 1000억 원 넘게 줄었다. 해당 차입에는 산업은행 몫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은 이랜드월드에 차입을 실현한 은행 중 가장 많은 담보물을 받아간 곳이기도 하다. 토지와 건물을 비롯해 분양대금반환청구권까지 총 1533억 원에 달하는 담보를 잡아두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어떤 은행보다도 산업은행으로부터 끌어온 차입금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울러 산업은행뿐 아니라 기업은행 역시 비슷한 수준까지 이랜드월드 장기차입 여신을 줄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15년 말 5599억 원이었던 기업은행 장기차입이 지난해 동기 4550억 원까지 줄었다. 다만 기업은행에서 끌어온 차입은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유동화증권(ABS)으로 보여 상환 일정에 맞춘 정상적인 여신 축소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산업은행이 이랜드 그룹 여신 건전성을 면밀히 살펴보던 가운데 발생한 현상이란 점이 특히 주목된다. 유통채널이 온라인과 아웃렛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이랜드 그룹이 주력하고 있던 백화점 등 매장의 수익성이 약화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중국과 관계 악화로 이랜드 그룹의 장기 성장 동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산업은행은 이에 따라 이랜드 그룹에 물려있는 기존 여신 건전성을 다시 들여다봤다.

장기차입 축소는 자연스럽게 단기차입 비중을 늘리는 악영향으로 이어졌다. 이랜드월드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4조 99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5조 4958억 원 대비 5045억 원 가량 줄었다. 차입금 축소 몫은 대부분 장기차입금에서 발생했다. 이 기간 단기차입금은 3조 4205억 원으로 같은 기간 1887억 원 늘었고, 장기차입금은 1조 5709억 원으로 6931억 원 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58.8%였던 단기차입비율이 68.5%까지 늘었다.

어쨌든 이랜드 그룹은 이랜드리테일 상장(IPO)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랜드월드 신용등급 강등 등 요인이 이랜드리테일 IPO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 상반기로 계획했던 IPO 시점은 내년으로 미뤘다. 대신 이랜드리테일 프리IPO(상장 전 자본유치)를 통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사시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의 IPO가 지연되면서 차입금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보다 높아졌고, 또 은행권이 신규 대출을 실현해 주더라도 장기차입은 피하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며 "프리IPO를 성사시킬 경우 확보할 수 있는 유동성이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본질적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본 게임(IPO)을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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