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금융위, 기업구조조정 '새틀' 짜나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서 '은행 중심 상시 구조조정 효과' 지적

안경주 기자공개 2017-05-26 07:01:36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5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주거래 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내놔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의 기업구조조정 능력에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 기조에 맞춰 금융위가 기업구조조정의 새틀을 짜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25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금융위가) 주거래 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을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하면서 신속 구조조정을 했지만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를 고려해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바꿨는데 제대로 작동된 것인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 주도로 채권은행을 주체로 하는 기업구조조정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기업구조조정의 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금융위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한 시그널로 보는 시선이 많다. 문재인 정부에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방향이 처음 언급됐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무보고 과정에서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얘기는 거의 없었지만 김 위원장의 모두발언만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기관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을 매년 주채무계열로 선정해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집단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회생가능한 기업은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부실기업은 회생절차 등을 통해 신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유도해 왔다.

문제는 은행 빚보다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이 더 많아지면서 주거래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에 한계가 생겼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채권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은 의사결정의 어려움 등 한계가 있었다"며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이 더 많아지면서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 효과도 반감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에 휩싸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0월 조선·해운·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을 선정해 선제적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해 구조조정과 관련한 부처간 이견을 조율했다. 하지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연이어 노출되면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촉발됐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진행상황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지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정책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향후 새 정부의 구조조정 기조가 바뀔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가 조선업을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할 컨트롤타워를 새롭게 만드는 것에서 출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방향이 담겨 있지는 않다"며 "향후 기업구조조정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부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부터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위가 지난달 발표한 '신 기업 구조조정 방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금융위는 향후 5년간 8조 원 규모의 기업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해 구조조정 주체를 기존 채권은행 중심에서 사모펀드와 같은 자본시장 참여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신 기업 구조조정 방안'의 핵심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연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시중은행이 앞으로 5년간 4조 원을 출자해 모(母)펀드인 기업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하고 나머지는 민간 투자자가 매칭펀드 방식으로 출자해 부실기업을 사들이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