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빼든 신평사, 호텔롯데 등급 강등 위기 [2017 정기 신용평가]10년만에 초우량 지위 반납 여부 관심
김시목 기자공개 2017-06-19 14:54:25
이 기사는 2017년 06월 16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AA+)가 10년여 만에 초우량 신용등급을 반납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호텔부문의 저수익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만 여겨지던 면세사업마저 침체에 빠진 점이 결정적이었다. 극심한 침체속에 외부 차입을 통한 수년간의 몸집 불리기는 재무부담만 키웠다. 결국 거듭 재무안정성과 신용도 훼손을 우려하던 한신평이 먼저 칼을 빼들었다.일부에선 오히려 신용도 조정이 한 박자 늦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경쟁격화 등 면세업 안팎의 여건이 나빠지면서 과거 수준의 수익 달성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등의 계기로 꼽히던 기업공개(IPO) 추진이 불투명해진 점도 악재다. 재추진에 나서더라도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기대 효과는 줄어들 전망이다.
◇ 분기 영업익 47억, 'AA+' 맞아?…칼 빼든 신평사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14일 호텔롯데의 신용등급 전망(Credit Outlook)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아직 한국기업평가가 결과를 내놓지 않은 가운데 한신평이 선제적으로 아웃룩을 조정했다. 호텔롯데의 등급이 강등되면 지난 2009년 이후 10년여 만에 초우량 지위를 반납하게 된다.
한신평은 호텔롯데 매출 비중의 84%를 차지하는 면세업 부진과 이에 따른 수익성 급감을 조정 배경으로 꼽았다. 조 단위 투자 집행은 현금창출력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급격한 재무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재무구조 및 면세업황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염두에 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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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는 올 들어 수익성 급감, 재무실적 둔화가 극에 달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단 48억 원에 그쳤다. 매출(1조 6085억 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은 0%를 간신히 넘었다. EBITDA 역시 723억 원에 그쳤다. 자연스레 EBITDA 대비 이자비용, 총차입금 대비 EBITDA 등 재무 커버리지 지표는 뒷걸음질쳤다.
신평사들이 제시한 트리거를 감안하면 이미 등급하향이 이뤄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다. 다만 시장지위와 이에 따른 수익회복, 무엇보다 IPO를 통한 5조 원 안팎의 자본 수혈을 감안해 별다른 액션을 취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신평은 불확성이 더욱 커졌다고 판단, 먼저 아웃룩 조정에 나섰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취약해진 수익 및 현금창출력과 재무실적 등을 감안하면 신용도는 이미 보유 등급대비 낮은 게 사실"이라며 "이전에는 수익 회복과 IPO 신규자금 유입 등으로 재무안정성 제고 등이 이뤄질 것이란 점을 감안해 미뤘지만 결과적으론 틀린 셈"이라고 말했다
◇ 면세업황 불확실성 가중… IPO 효과 '반감'
한신평의 결단은 면세사업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면세사업의 경우 호텔롯데뿐만 아니라 경쟁격화, 수익성 하락 등이 업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앞서 아웃룩이 조정된 호텔신라(AA0) 역시 동일한 평정 논리가 붙었다.
호텔롯데의 경우 면세사업의 점유율 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정부 정책 변화는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국내 면세점 시장의 50% 수준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향후 신규 사업자 허용, 사업기간 단축, 수수료 인상 등은 호텔롯데엔 악재로 꼽힌다.
면세사업의 안정성과 수익성 회복 없이는 재무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알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과거 롯데렌탈,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인수, 뉴욕 팰리스 호텔 매입 등의 여파로 4조 원에 육박했다. 2013년 만 하더라도 1조 8000억 원에 불과하던 순차입금은 곱절로 늘어났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 키워드로 지목했던 IPO 추진 여부가 불분명해진 점도 재무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주력 면세업의 부진과 암울한 전망은 상장이 추진되더라도 자본 확충 규모를 제한할 전망이다. 지난해 공모 당시 제시했던 밸류에이션은 5조 원 안팎이다.
시장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IPO 외 보유 부동산과 지분가치 등 수 조 원에 달하는 재무적 융통성을 보유한 점이 그나마 신용도의 급격한 변동을 막는 요인"이라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핵심 캐시카우인 면세사업의 영업실적 회복과 호조없이는 하방 압력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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