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22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후임 회장 인선 논의에 돌입한 가운데 내규상 성세환 회장의 해임 안건을 밀어 붙이기는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법규와 BNK금융그룹의 '지배구조내부규범'에 따라 보면 성 회장이 형을 확정받기 전까지는 직무대행 체제 유지가 오히려 걸맞은 절차로 분석된다.

BNK금융지주는 22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성 회장의 후임 회장 인선 논의에 본격 돌입했다.

그러나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성 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키기에는 법적 근거가 빈약한 상태다. 은행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BNK금융그룹 지배구조내부규범(이하 내규)에 따라 봤을 때다.

내규 제35조 '임원의 퇴임'에 관한 항목을 보면 임원 해임을 위한 필요 조건과 대표이사 및 회장 유고시 BNK금융그룹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 등이 명시돼 있다. 가장 기본적인 조항은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중대한 위배 등을 한 경우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는 항목이다.

성 회장은 그러나 아직까지 1심 재판 결과조차 나오지 않아 해당 규범에 맞는 부정행위 및 법령 위배 행위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 헌법에 명시된 권리인 '무죄추정의 원칙(제27조 4항)'에 따라 아무리 유력한 피고인이라도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혐의를 단정해서는 안된다.

이를 기반으로 볼 때 성 회장은 또 다른 해임 사유인 '임원의 결격'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BNK금융지주는 내규상 '지배구조법 제5조 1항 각호에 정한 임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할 경우' 대표이사 회장 해임이 가능하도록 해뒀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미성년자·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파산선고 후 미복권자 △금고 이상 실형 선고 집행 후 5년 미만 △금고 이상 형 집행유예자 △금융관계법령상 벌금 이상 형 선고 집행 후 5년 미만 등을 면직 사유로 들고 있다. 성 회장은 아직 형이 선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보면 성 회장 자리를 메우기 위한 가장 적합한 수단은 '직무대행' 체제 유지다. BNK금융그룹은 해임안에 포함되지 않는 범주 내에서 대표이사 회장 유고시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가도록 내규에 명시해뒀다. 직무대행인은 사내이사, 업무집행책임자, 기타 이사회가 정한 자 중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BNK금융지주는 성 회장 구속 수감 후 박재경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관건은 내규 제40조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원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여부가 거론된다. 제40조 3항에 따르면 '최고경영자의 경영승계 절차 개시 사유 또는 개시 시기는 회사 상황,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정한다'고 돼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통상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이를 토대로 이사회가 마음만 먹으면 성 회장 교체를 적극 밀어붙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임원의 퇴임 규정에 맞춰 성 회장에 대한 적법한 해임 절차를 먼저 단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정작 그 전권은 이사회가 아닌 '주주'들이 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중략) 해임될 수 있다. 다만 이사 해임은 주주총회 결의로 한다'고 돼 있다.

BNK금융지주 최대주주는 지분 12.16%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뒤를 이어 롯데제과 11.33%, 파크랜드 6.3%, 헤리스 어소시에이츠(Harris Associates L.P)가 5.03% 지분을 들고 있다. 우리사주조합도 5.34%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사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근거를 들이대며 성 회장을 해임하려고 해도 이들 주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를 단행할 수 없는 셈이다.

BNK금융지주가 회장 후임 인선을 잡음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성 회장이 자진 사퇴하는 방안 외에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성 회장의 경우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은행법 등에 따라 볼 때 무조건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