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14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내려간 지도 벌써 다섯 달이 다 돼 간다. 2월 말 이사 즈음에 추가로 사직한 인원이 몇 된다고 했다. 내려간 직후에도 짐을 싼 운용인력이 몇 명 더 있었다. 결원된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1차로 열 넷을 선발했고, 그래도 모자라 서른 명 남짓을 목표로 2차 충원 작업 중에 있다.충원이 마무리되면 조직이 얼추 수습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와중인데, 해외대체실장을 뽑은 지 불과 한 달만에 임용 취소하는 일이 최근 벌어지면서 조직은 다시금 내상을 입은 모습이다.
표면적으론 임용 결격자가 지원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내려진 조치란다. 십수년 운용경력 보유자임엔 틀림없는데, 조작했다는 그 경력이 임용을 취소할 만 한 것인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 인사가 현 기금운용본부장의 주변 인물이었다는 것이고, 임용 당시부터 공개됐던 사실이기도 했다.
이번 임용 취소 사태의 종착지가 기금 수장인 강면욱 본부장의 조기 낙마란 소리도 들린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연임이 쉽지 않아보이긴 한데, 강 본부장 임기가 내년 2월이라 하니 굳이 서둘러 교체할 실익이나 명분 또한 없다.
강 본부장이 비록 전 정권 하에서 중용된 인사이긴 하지만, 지금껏 기금본부를 이끌어 온 모습을 보면 역대 기금이사들에 비해 쳐지거나 모나지 않았다. 취임 직후 기자와 대면한 자리에서 "기금 독립성을 위해 후임 기금이사를 내부 승진 인사로 만들어내고 싶다"고 해 기금 독립을 바라는 이들을 설레게도 했다.
허나 작금의 현실은 오히려 암담해졌다. 기금 독립의 꿈은 고사하고 기금 존속의 희망을 계속 품어도 될까 싶을 정도다. 기금 성격을 이해 못하는 일부 지역 사람들은 기금재산 500조가 마치 지역사회에 풀리기라도 하는 양 오해한다. 일부 지역언론은 벌써부터 특정인을 거론하며, 다음 CIO는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고 떠든다. 물론 강 본부장 책임과는 무관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동안 척박한 정치와 조직 현실 속에서도 국민연금을 글로벌 투자 무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큰손으로 성장시킨 프라이드는 그 시절의 사람들과 함께 뿔뿔이 흩뿌려지고 말았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남은 자들의 부당한 열패감 뿐이다. 사람을 비루하게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려우랴. '혹여 출장을 빙자해 일찍 주말을 맞을까' 기금인력들의 금요일 출장만 감시해도 효과 만점이다.
국민연금 기금 조직이 수행하는 막중한 공적 임무를 생각하면 과연 이대로 흘러가게 둬도 되는지, 걱정이 앞선다. 지금의 문제가 뭔지, 왜 문제인지를 모른다면 더 걱정이다. '글로벌 톱' 투자 큰손에서 '지역금고'급으로 전락하는 믿지못할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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