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19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반기 제일홀딩스 기업공개(IPO) 딜은 기관투자가들의 수급구조를 꼬이게 한 주범처럼 인식되고 있다. 공모 흥행에 실패하긴 했지만 막상 수요예측 과정부터 되짚어보면 제일홀딩스 탓만 하기엔 부당한 면도 있다. 기관투자가 스스로 문제를 자초한 측면도 있어서다. 건전한 투자 문화가 정착되려면 공모주 수요예측 방식도 한번쯤 재고할 필요가 있다.정석대로 수요예측에 참여했다면 기관 수급이 꼬였다는 표현은 존재할 수 없다. 각 사마다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리스크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손실은 발생할 수 있지만 다음 IPO 딜에 투자하지 못할 정도로 수급에 애를 먹긴 어렵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펀드별로 운용자산의 3~10% 한도내에서 수량을 신청하도록 돼 있다. 공모주 펀드 대부분이 채권혼합형이라 펀드 내 주식편입 비중은 30%에 그친다. 공모주를 펀드의 10%만 편입해도 전체 운용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수요예측 과정은 전혀 다르다. 운용사는 펀드별로 공모주 신청수량을 적어 주관사에 제출한다. 투자매력을 강하게 느낄 경우 펀드 운용자산의 100%를 적어내는 곳이 태반이다. 채권혼합형 펀드에 공모주를 100% 편입하겠다는 꼴이다. 수요예측 경쟁률을 감안할 때 실제 배정물량은 적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풀 베팅' 현상이다.
기관들의 공모주 초과신청 행위는 IPO 시장에서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당장 목표로 한 수량보다 많이 받는 리스크에 노출된다. 제일홀딩스 공모가 그 예다. 기관 중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수량을 받았다고 생각한 곳이 적지 않았다. 기관 스스로 초과신청한 만큼 주관사가 공모수량 과배정으로 답한 것이다.
상장 후 주가가 선전하면 대박이지만 제일홀딩스처럼 부진할 경우 딱히 해법은 없다. 펀드 운용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추후 매력적인 IPO딜에 참여할 여력도 없어진다.
이제는 기관투자가들이 실수요 중심으로 신청수량을 적어내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수량만 신청하는 게 정석이다. 현재와 같은 모험적인 수량 기재는 수요예측 경쟁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공모가 조정이나 의무보유확약 기간 설정만으로도 주관사 측에 충분히 투자의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 대부분은 실수요 중심으로 수량을 적어냈다. 제일홀딩스 딜 이후 기관들이 스스로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이다.
향후 수급구조가 원활해지면 '풀 베팅' 행위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더 이상 자충수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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