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은행 영업관행, 대수술 예고 가계대출 위주 영업 탈피, 자본건전성 규제 개선 지적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7-07-27 08:56:54
이 기사는 2017년 07월 26일 1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위주 영업과 전당포식 영업관행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서자 시중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최 위원장의 강도 높은 발언에 따라 기존의 영업관행에서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시중은행들은 우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행 자본건전성 규제로는 중소·벤처기업 투자나 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위원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 부동산금융 등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며 "과거 국민은행(가계대출 전담은행)처럼 모든 시중은행의 영업형태가 비슷해졌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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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혁신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 보다 가계대출 위주 영업 등 '손쉬운 영업'을 통해 돈벌이를 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담보 없이는 대출을 해주지 않고 담보가 있더라도 대출상환을 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높은 담보비율을 설정하는 등 사실상 리스크 없이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주로 기업대출 영업을 하던 신한·우리·하나은행의 기업여신 비중은 1999년 70% 안팎에서 지난해 말 40% 중반대로 떨어졌다. 반면 가계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0%대에서 50%대로 증가하면서 국민은행과 비슷한 영업형태로 바뀌었다.
중소기업대출도 담보가 없으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은 2009년 말 37.4%에서 올해 4월 56.2%로 상승했다. 반면 신용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49.2%에서 30.8%로 줄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작심발언으로 시중은행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상반기 경기호전과 시중금리 상승 속에 가계대출로 인한 이자수익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터라 최 위원장의 발언이 더욱 신경을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 위원장이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을 덮어놓고 '탐욕'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하면서도 영업 다변화를 통한 수익 확대를 주문했다는 점에서 시중은행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영업관행에 근본적 수술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대기업 여신을 줄여왔다는 점과 정부 정책이 '일자리 창출'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혁신기업·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새로운 영업전략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오는 8월 예정된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감안하면 당분간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영업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보다 방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다음달 중으로 전담 추진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인 만큼 구체적인 계획은 그 이후에나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우려감도 함께 내비쳤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 자칫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비즈니스모델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강조를 하면 전 정권의 녹색금융·기술금융처럼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보여주기식 경쟁이 될 경우 특정 기업이나 분야에 자금이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을 탈피하기 위해선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필요한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조정하는 등 자본건전성 규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통상적으로 BIS비율 산정시 주택담보대출은 위험가중자산 가중치가 100%에 불과한 반면 벤처기업은 800%에 달해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늘릴수록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손실을 감수하고 기업대출을 늘릴 이유가 없는 만큼 자본건전성 규제가 우선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은행들이 기존의 영업관행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위원장 역시 긍정적 분위기다. BIS비율 산정시 반영되는 위험가중치의 경우 나라마다 적용하는 방식이 다른 만큼 그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편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의 리스크 선별기능 강화 △효율적 자금중개 시스템 구축 △제도적 장애요인 제거 △시장실패 적극 보완 등 4가지 원칙 하에 '생산적 금융' 관련 과제를 발굴·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금융혁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원활히 지원되도록 금융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자본시장 투자 활성화를 통한 국민 소득 증대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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