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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제지, '갈 길 먼' 유럽시장 공략 본사 이익 잠식, 법인 청산·자금 대여에도 성과 미미

심희진 기자공개 2017-08-02 10:11:21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1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제지가 유럽법인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운영자금을 대여해주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일부 법인을 청산하는 등 여러 자구책을 모색 중이지만 실적 악화는 지속되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3978억 원, 영업이익 294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2분기보다 매출액은 2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 줄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인 펄프의 판매 가격이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며 "감열지 판매 가격이 인상되는 시점이 9월부터라 2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요 원재료인 펄프 가격의 상승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솔제지는 인도네시아(APRIL), 미국(International Paper), 브라질(FIBRIA) 등을 통해 펄프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국제 펄프단가가 전분기 대비 8% 이상 급등하면서 한솔제지의 원가율이 전년 동기대비 4%포인트가량 상승했다.

달러화가 약세를 띤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생산 제품의 50% 가량을 수출하는 한솔제지 사업구조 특성상 주요 결제통화인 달러의 움직임에 수익성이 상당 부분 좌우된다. 지난해 2분기 평균 116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분기 1130억 원으로 하락했다. 그 결과 수출 비중이 90%에 가까운 감열지 등 고수익 특수지의 판매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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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기준 실적은 별도기준보다 더욱 나빠졌다.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423억 원, 영업이익은 277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2분기보다 매출액은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34%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개별 실적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해외 자회사들이 본사가 거둔 이익을 갉아먹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한솔제지는 최근 2~3년간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특수지 시장을 공략해 왔다. 세계 최대 감열지 수요처로 꼽히는 유럽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 2013년 샤데스(Schades)를 사들였다. 이듬해엔 네덜란드 텔롤(Telrol B.V), 2015년엔 독일 알앤에스(R+S Group GmbH)를 인수해 감열지의 생산·가공·유통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신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샤데스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인수 직후부터 매년 손실을 기록해 지난 1분기까지 총 94억 원의 적자가 누적됐다. 독일산 감열지가 반덤핑 이슈로 미국 수출이 불가능해지면서 유럽 내 제품 공급량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됐고 그 결과 판매단가가 하락했다.

지난 2년간 유럽법인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텔롤도 수익성이 나빠졌다. 텔롤의 매출액은 인수 첫 해인 2014년 136억 원에서 2015년 547억 원, 지난해 662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네덜란드 라벨지 생산기업인 센테가(Sentega)를 인수하며 추가 성장 발판을 마련한 덕분에 외형이 확장됐다. 다만 2015년 54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13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순이익은 인수한 지 3년 만인 지난 1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한솔제지는 지난 4월 텔롤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600만 유로(한화 약 75억 원)를 빌려줬다. 6월에는 장기간 부진에 빠진 샤데스를 결국 청산했다. 수익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난 2분기 연결 실적을 감안하면 유럽 시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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