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03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일 오후 두산중공업은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비공개 기업설명회(IR)를 가졌다. 이날 눈길을 끈 건 두산중공업이 배포한 '30장짜리' 실적 자료집이었다. 통상 기업들이 IR 행사 때 나눠주는 유인물은 10장 안팎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향후 시장 전망 정도만 다루면 되기 때문이다."오늘 설명회는 기존 포맷과 다르게 진행하려고 한다.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송용진 전략기획총괄담당(전무)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에 관해 프레젠테이션(PT)을 가질 예정이다." 행사 진행을 맡은 김준홍 IR팀 부장의 인사말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자료집은 단순한 실적 보고서가 아니었다. 30장 중 약 절반은 가스터빈, 풍력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처리 등 새로 시작하는 사업들을 상세히 소개하는 전략 보고서나 다름 없었다. 발표를 맡은 송 전무는 각 사업을 왜 시작했고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했으며 향후 목표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하는 데 한 시간이나 할애했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다. 두산중공업은 원전에 들어가는 핵심 설비인 터빈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두 자리 수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해 온 원전용 터빈 사업을 정부 정책에 따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두산중공업은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자리인 IR을 역으로 활용했다. 이례적인 '신사업 PT'로 여러 장의 실적 개선 카드를 시장에 내보였다. 터빈 생산 대신 발전소 해체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원전 축소 기조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서 강력한 재도약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두산중공업이 '탈'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돌고 있지만 회사 나름대로 지속 성장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왔다." 30장에 달하는 IR 자료집은 두산중공업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나타나 있었다. 두산중공업이 성공적인 신사업 추진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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