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부풀리는 '허수', 신뢰도 저하 [IPO 수요예측 제도 개선 후]기관 '풀 베팅'·검은머리 외국인 등 주범…사전 제도장치 미비
신민규 기자공개 2017-08-11 10:22:35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9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넷마블게임즈 수요예측 경쟁률 240.74대 1 VS 셀트리온헬스케어 수요예측 경쟁률 38.06대 1.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두 기업은 조 단위 공모 딜로 화제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공모자금 모집에는 모두 성공했다. 하지만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판이하게 달랐다.
관련 업계에선 인기종목의 경우 대어급 딜이라고 쳐도 2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을 예사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2조2496억 원대로 공모규모가 만만치 않았음에도 295.63대 1 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관 참여건수는 1035건에 달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아야만 공모에 흥행한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50대 1을 하회하는 경쟁률로도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수요예측 과정에 '허수'가 끼어있어 경쟁률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수요 대비 과다신청, 악순환…실제 과배정시 주가 하락 위험
수요예측 경쟁률이 기형적으로 부풀려진 원인은 기관투자가가 적어낸 신청수량에 있다. 기관들은 경쟁률대로 공모주를 배정받기 때문에 신청수량을 실수요보다 과하게 베팅하는 경우가 관행적으로 지속됐다. 경쟁률을 미리 예상한 뒤에 신청수량을 써내야 하다보니 수요예측 마감일까지 눈치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든 건 국내 소형 투자자문사들과 해외의 검은머리 외국인이다. 공모가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무조건 많은 수량 확보를 위해 '풀 베팅'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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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딜의 투자설명서를 들여다보면 '허수'의 존재는 상당한 편이다. 올해 최대어였던 넷마블게임즈의 경우 특히 심했다. 해외기관 참여건수의 62.5%가 인수단과 거래실적이 없는 기관으로 조사됐다. 전체 해외 신청수량의 90%를 넘어서는 비중이었다. 인수인과 거래실적이 없는 해외 기관을 배제하면 수요예측 경쟁률은 182.7대 1로 낮아진다.
물론 넷마블게임즈와 주관사단은 거래능력이 떨어지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물량을 한 주도 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형상 경쟁률만 놓고 보면 투자자들이 혼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주관사 입장에선 '허수'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외형상 경쟁률이 높으면 공모가를 밴드 상단으로 확정하기 유리하다. 경쟁률이 낮을 경우 공모 마케팅 부진을 이유로 내부적으로 질책을 받는 경우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실수요를 넘어선 기관 신청수량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 무엇보다 기관투자가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실제 배정이 이뤄질 경우 상장과 동시에 지분을 매도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바로 주가하락으로 이어진다.
◇금융당국 제도개선, 사후적 상세 공시 불과…일반 투자자 외면도 한몫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지난해부터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수요예측 결과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데 그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공시 결과를 일반투자자라도 읽으면 공모 청약을 앞두고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다수가 외면하고 있는 실정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및 신뢰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IPO 수요예측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발표했다.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개인투자자와 달리 증거금 납부 의무가 없어 이를 악용한 기관들의 과다신청 행위가 지속되고 있음을 인지한 것이다. 수요예측 결과 또한 신청수량을 단순합산하다보니 착시효과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신뢰도가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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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올해부터 IPO 기업들은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모집하는 경우 변경된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적용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변경 서식에는 기관투자가별로 참여내역과 거래실적 여부를 나눠서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경우 자산운용사, 연기금, 증권사 등으로 나눠 수요예측 참여건수와 수량을 기재해야 한다. 해외 기관투자가의 경우 인수인(해외 현지법인 및 해외지점을 포함)과 거래관계가 있거나 인수인이 실재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가려서 공시하도록 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이후에도 대어급 딜의 '허수'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불성실하게 참여한 기관투자가에 대한 페널티 조치가 없어 대어급 IPO딜이 등장할 때마다 문제가 반복되는 셈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사후적으로 공시되는 부분이라 수요예측 과정에서 활용하기는 어렵다"며 "실제로 주관사와 발행사 측이 어떻게 물량을 배정했는지 알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제일홀딩스 IPO, 엇갈린 기관 베팅…수요예측 실패 사례 지적
상반기 제일홀딩스 IPO딜은 대표적인 수요예측 실패 사례로 꼽힌다. 경쟁률 자체는 100대 1을 상회했지만 주관사 측은 기관들의 실수요를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 기관들마다 기대 이상의 수량을 받아간 탓에 시장에서 수급은 완전히 꼬였다.
제일홀딩스는 지난 6월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수요예측 당시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700~2만2700원으로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 경쟁률은 113.98대 1을 기록했다. 당시 밴드 상단에도 수요가 몰렸지만 공모 흥행을 감안해 밴드 하단인 2만7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문제는 주관사가 기관투자가들에 공모주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신청 수량을 적게 제시한 탓에 상대적으로 많이 적어낸 기관들이 경쟁률에 따라 공모주를 많이 받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홀딩스 공모주를 받은 기관투자가 중에서는 자신들의 생각보다 많은 물량을 받았다고 생각한 곳들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첫날부터 제일홀딩스의 주가가 하락한 탓에 공모주 참여 기관들의 피해는 상당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10% 하회한 1만8650원을 기록했다. 당일 종가는 1만9050원으로 일부 부진을 만회했지만 공모가를 회복하진 못했다. 상장 첫날부터 크게 물리면서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매도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ING생명·셀트리온헬스케어, '허수' 배제 낮은 경쟁률…상장 후 주가 선전
ING생명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공모자금 모집은 물론 상장 후에도 주가가 선전하고 있는 케이스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실수요 중심으로만 기관 신청이 몰린 덕에 배정과정에서 혼란을 덜어낸 이점이 있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38.06대 1에 불과했다. 자칫 흥행 실패로도 볼 수 있는 수치였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30대 국내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모두 참여한 데다가 해외 기관투자가 역시 롱온리 펀드들이 대거 가세한 덕에 공모자금 확보에 문제가 없었다. 양질의 기관투자가가 수요예측 흥행을 견인한 셈이다.
해외 기관 참여 건수의 46%는 인수단과 거래실적이 있는 기관으로 발표됐다. 신청수량으로는 73%를 차지했다. 거래내역이 없는 해외 기관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ING생명 역시 외형 수요예측 경쟁률은 저조했지만 양질의 해외기관들이 다수 참여한 덕에 공모자금 모집에 성공했다. 인수단과 거래실적이 있는 기관의 참여건수가 90%로 나타났다. 신청수량으로 비교해도 압도적인 편차를 보였다.
ING생명의 경우 상장 초기에는 주가가 부진했지만 현재는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다. 양질의 기관투자가만 확보하면 상장 후에도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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