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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식 디에스디삼호 회장의 의리 [thebell note]

이상균 기자공개 2017-08-11 08:25:07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0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0년대 중후반 디에스디삼호는 잘나가던 1세대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였다. 당시에는 신영과 엠디엠보다도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잇단 사업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김언식 디에스디삼호 회장은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대형 아파트 단지 조성을 추진한다. 식사지구의 ‘일산자이 위시티'다.

김 회장은 이곳에 조경비용만 6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중 250억 원을 소나무 2500그루를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소나무 1500그루는 수령 100년을 넘긴 대적송이다.

대형 평형 아파트에 녹지율 47%에 달하는 친환경적인 단지. 김 회장은 꿈을 이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때마침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형 평형 아파트의 인기가 급속히 식었고 일산자이 위시티는 무려 6년간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했다. 1조 원이 넘던 디에스디삼호 매출은 2013년 700억 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암흑기에 접어든 디에스디삼호는 200명이 넘는 직원 중 절반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등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세금 납부도 어려울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김 회장이 보유한 디에스디삼호 지분을 기획재정부에 세금 대신 물납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부동산 경기가 다시 반등하면서 디에스디삼호는 회생에 성공했다. 용인 성복, 동천, 광주 태전 등이 모두 분양률 100%를 기록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디에스디삼호는 2000년대 이후 GS건설과 협력관계를 이어갔다. 일산자이 위시티를 비롯해 용인 성복, 동천 등이 모두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곳이다.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인 식사2지구도 GS건설이 담당한다. 이는 디에스디삼호의 금전적인 손해 감수와 GS건설의 굳건한 신뢰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GS건설의 신용등급은 A-로 3년 민평금리는 4.96%에 달한다. 동일 등급의 기업 대비 스프레드가 149bp에 달할 정도로 조달금리가 높은 편이다. 건설사간 신용등급 차이는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만약 디에스디삼호가 50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고 이를 GS건설이 보증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이자비용이 250억 원에 달한다.

디에스디삼호는 여러 건설사와 조건을 비교한 끝에 GS건설을 선택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디에스디삼호 수준의 시행사라면 시공사를 선정할 때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을 상대로 입찰을 붙일 수 있는 ‘갑'의 위치다. 김 회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GS건설과의 ‘의리'를 더 중시한 결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사업 초기 도움을 받았던 업계 관계자들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챙긴다고 한다. GS건설 이전에는 벽산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할 때까지 10년 이상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다. 이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는 않는 건설 부동산 시장에서 김 회장의 의리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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