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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과 다른 KAI, 신평사 깊어지는 고민 [Rating Watch]독점기업, 프로젝트 리스크 분산…국가 지원 가능성, A급 강등 부담

이길용 기자공개 2017-08-24 14:06:13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3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KAI)에 대한 방산비리와 분식회계 관련 조사가 진행되면서 신용평가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의 신용도에 부정적 이슈가 맞지만 어느 수준까지 등급을 내려야 할지 가늠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는 9조 원이 넘는 미청구공사 분식회계와 조선업황 불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신평사들이 등급 강등을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는 국내에서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고 국내외 정부와 글로벌 대형 항공기 제조사들로 수주처가 구성돼 있어 매출채권의 질도 우량하다. 경쟁적으로 한국항공우주에 대해 등급을 올려 스플릿까지 발생한 상황이라 서로 간의 등급 평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다.

한국항공우주의 방산비리와 분식회계가 발생하기 전 국내 신용평가 3사의 등급은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AA-(긍정적), 한국신용평가 AA(안정적)이었다. 이 중 NICE신용평가사 지난 16일 선제적으로 등급 전망 조정에 나섰다. AA- 등급을 유지한 채 전망을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등재했다.

이틀 후인 18일에는 한국신용평가가 이에 동참해 AA(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지난 3일 코멘트(Comment)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신용도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한국기업평가는 아직 등급 및 전망 조정을 하지 않았다. 내부적인 논의 중에 있으며 조만간 이에 대한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항공우주의 이번 이슈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신용평가 입장에서는 두 회사의 처지가 달라 등급을 얼만큼 조정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은 9조 원이 넘는 미청구공사가 문제가 됐고 조선업황 불황으로 수주절벽을 맞은 가운데 일부 수주 물건에 대해서는 제 때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다만 한국항공우주는 대우조선해양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고 일부 중소형 조선사들도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국항공우주는 1999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정부가 추진했던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에 의해 세워진 곳이다. 당시 대우중공업, 삼성항공(현 한화테크윈), 현대우주항공 등 항공 3사의 항공기 부문이 통합되면서 출범했고 현재 국내 유일의 항공기 회사로 남아있다. 과점에 가까웠던 대우조선해양보다 더 뛰어난 시장지위를 가진 회사가 한국항공우주다.

수주처의 위상 자체도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주요 선사와 혹은 해양플랜트를 발주하는 에너지 기업들에게 물량을 수주받았는데 조선업황과 에너지 개발이 꺾이면서 대금 수취와 수주 확보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는 국내외 정부기관과 글로벌 대형 항공사인 보잉과 에어버스 등을 통해 발주를 받아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이 높다.

프로젝트의 리스크 자체도 다르다. 배 한 척 혹은 플랜트 하나의 발주 금액이 조 단위에 다다를 정도로 조선업의 수주 규모는 크지만 항공 산업의 프로젝트는 몇 십 대를 주문해 납품받은 대수만큼 대금을 주는 관행이 일반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소난골 프로젝트에서 제 때 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항공우주는 이런 리스크가 조선업보다는 작다.

'하항검토'를 단 NICE와 한신평은 한국항공우주의 수리온 프로젝트의 충당금 설정과 고등 훈련기인 T-50의 이라크 수출 건의 회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보츠와나 T-50 수출 계약,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대체 사업 등에서 이번 사태로 수주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신용도를 제약하고 있다. 게다가 주가 급락, 금융권 여신동결, 직접금융 시장의 불안감 등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에 약화된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신평사들은 한국항공우주의 신용도를 어느 정도까지 낮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고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신용도에는 부정적인 사건이 맞지만 한국항공우주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고려하면 A급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가의 지원 가능성이 강하게 반영된 회사 중에서 A급에 머무른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항공우주가 방산비리와 분식회계를 했다고 해서 회사를 해체하고 다른 항공기업을 세우는 시나리오는 너무나 극단적이고 실현 가능성은 전무하다. 한신평은 AA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한 등급을 낮춰도 AA-를 유지할 수 있지만 한기평과 NICE는 등급 한 노치만 낮춰도 A급으로 강등시킬 수 있다. 신평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비리와 분식회계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제대로 된 내용이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사 기간 동안 신평사들이 한국항공우주의 등급 강등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할 지 장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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