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9월 27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달 신한금융투자가 SK해운의 보증부 해외 변동금리채권(FRN) 주관을 맡아 발행에 성공했다. 국내 증권사의 한국물(Korean Paper·KP) 영업에 첫발을 뗀 것이다. 크레딧 리스크가 높은 업종의 한국물을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공급했다는 점에 더욱 의미가 있다.그동안 국내 IB에게 한국물 시장은 불모지와 같았다. 리그테이블 20위권 밖에 한 두개 IB들이 공동 주관 형태로 이름을 올리는 정도였다. 글로벌 신용등급과 해외 네트워크 등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결과였다. 국책은행과 외국계 증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IB들이 도전할만한 한국물 영업의 표본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한국물 영업은 글로벌 신용등급 'BBB'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국책은행이 지급보증을 제공한다고 쳐도 일정 수준에 미달되면 발행이 어렵다. 발행금리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지만 자체 내부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운 면이 작용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종처럼 크레딧 리스크가 높으면 발행사의 달러 수요가 높아도 영업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셈이다.
연료비와 용선료 등 기본거래가 달러로 이뤄지는 해운사 입장에서 이번 해외 FRN에 대한 선호는 어찌보면 당연했다. 은행과 외국계 증권사가 독차지해온 한국물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딜을 저평가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 없이는 발행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굳이 국내 증권사가 지급보증까지 제공하면서 해외 세일즈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내 IB의 부채자본시장(DCM) 업무에서 한국물을 배제할 순 없는 노릇이다. 국내 회사채 인수수수료 수준을 상회하는 수익성도 매력을 높이고 있다.
조만간 출범을 앞둔 초대형 IB 중에서 한국물 경험이 풍부한 곳은 전무하다. 글로벌 IB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해외 프로덕트를 방치하는 것은 모순적인 일이다. 기업어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직접투자에 나서면 된다는 논리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조달금리가 매력적이면 몰라도 기업의 달러수요를 무시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데 전략적으로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른 말이다. 국내 대형 IB들이 한국물 영업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더 많은 국내 IB들의 다양한 한국물 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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