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12일 0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자산관리 시장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는 금융회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지점 대형화, 고급화에 몰두하는 한편 전문교육을 받은 PB들로 하여금 고액자산가들을 전담 마크하게 했다.

2년 전 사모펀드 허들이 낮아진 뒤부터는 중소 헤지펀드 하우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 결과 이전에는 없던 색다른 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펀드 설정액은 약 493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진 셈이다.

이처럼 자산관리 시장의 양적 팽창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질적 성장도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지난해 불거진 원유 DLS 손실 사태, 잊을만하면 터지는 자문사 일임상품 사고, 최근의 메자닌 펀드 디폴트 사건들을 보면 과거와 비교해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PB들은 여전히 본사에서 내려준 추천상품만 파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자신들이 관리하는 고객 계좌에 세심하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회사는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나 수익을 챙길 뿐 자산관리 수수료는 따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수준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힘든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자산관리 시장 변화는 눈여겨 볼만 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부터 자본금 1억원 이상 회사들이 투자자문업자(FA)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이래 몇개 회사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소액의 돈을 받고 정기적으로 투자자문을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달 말부터 영업을 시작한 '플레인바닐라 투자자문'은 영업 이틀만에 200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며 가장 '핫'한 FA로 떠올랐다. 연간 4만원의 값싼 자문 수수료, 이전부터 금융권에서 꽤나 유명세를 탔던 블로그 운영 경험 등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 블로그는 업계 전문가 10여명의 필진이 2년 넘게 정기적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해온 곳이었다. 필진들의 글은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어왔다. 이들의 실력을 믿은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유료 자산관리 서비스에 선뜻 가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료 자산관리 수수료 모델이 정착되어 있지만 판매수수료만 수취하는 구조인 우리나라는 그게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자산관리 업계를 취재하는 동안 현업 종사자들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이다.

자산관리 시장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돈내고 자문받는 자산관리 모델이 국내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재산 증식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