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18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인 대만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면이 많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공업화를 이뤄냈고 수출 위주로 엄청난 성장을 달성했다.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으며 IT 산업에서는 우리나라와 더불어 세계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하지만 금융 시장 경쟁력은 딴판이다. 사실상 발행이 거의 전무한 김치본드에 비해 포모사본드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013년 18억 달러에 그쳤던 대만 포모사본드 발행 규모는 2014년 169억 달러로 늘어나더니 2015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337억 달러와 495억 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달 13일 기준 352억 달러가 발행돼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금융당국은 채권 투자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면서 포모사본드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우리나라와 같은 1%대 저금리 구간에 진입한 대만은 2014년 6월 보험사들의 해외투자한도(45%)를 산정할 때 포모사본드 투자액은 제외시켜 사실상 국내투자로 간주했다. 이로 인해 대만 보험사들은 포모사본드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만 금융감독위(FSC)가 보험사들의 해외투자한도 면제 채권의 신용등급 하한을 A-에서 BBB+로 내렸다. BBB급 채권도 포모사본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포모사본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애플, 인텔 등 글로벌기업과 인도 수출입은행 등 신흥국가들의 국책은행들도 대만 시장을 찾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난 2012년 적격기관투자자(QIB)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 김치본드 활성화를 위해 영문공시 등을 허용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우리나라도 외환보유고가 3000억 달러 넘을 만큼 유동성은 대만만큼 풍부하지만 규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적격기관투자가가 보유한 증권은 법상 사모채권에 해당하고 사모채권 투자는 대출로 인식하기 때문에 QIB 투자에 제약이 많다.
금융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돈이 원활하게 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다. 대만에게 뒤쳐진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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