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31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중소기업은 몸살을 앓는다'는 말이 있다. 최근 자동차 부품업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대부분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상당수 매출이 발생한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자동차산업의 모태이니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시장 부진으로 글로벌 판매 규모가 가장 큰 두 지역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기아차는 여기에 더해 지난 8월 말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하면서 10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기아차가 힘든 경영상황에 몰리면 그 아래 부품사들은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 한 부품사가 부지기수다. 3분기 실적은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기업들의 경우 실적 부진으로 인해 주가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와중에 눈길을 끄는 기업이 있다. 한국프랜지공업은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10년 넘게 가치투자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이 보유 주식 수가 5%가 넘는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 대표 펀드매니저인 허남권 사장은 "한국프랜지공업은 자산 가치만 조 단위가 넘는데 시가총액은 60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PBR(주당 순자산비율)이 낮은 대표적인 가치주"라고 말했다. 허 사장은 한국프랜지공업뿐 아니라 서연(서연이화) 등 최근 다른 자동차 부품주에 대한 투자 비중도 늘렸다고 했다.
지금의 저조한 실적과 그로 인한 주가 부진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일뿐 이들 기업의 펀더멘탈 가치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허 사장의 이같은 가치투자엔 부품업체 매출의 상당부분을 책임지는 현대차·기아차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속하는 자동차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가장 위협 받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약진과 자율주행 등 신기술의 등장 속에 현대차그룹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대차의 경쟁사는 더 이상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허 사장은 이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물론 주력 부품업체들도 생존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변화에 적응하며 존재감을 입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저엔 아무리 ICT가 발전하더라도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이 버텨줘야 한다는 두터운 신뢰가 깔려 있다.
가치투자는 대개 장기투자 개념을 동반한다. 장기투자는 5년이 될 수도, 10년이 될 수도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자율주행과 전기차의 일상화는 코 앞에 닥쳤다는데, 현대차그룹과 부품사들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가 가치투자에 응답하는 그 날이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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