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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벤처스, 특허소송 알고서도 투자 [티지-비티씨 특허권 분쟁②]특허침해소송 피소당한 기업 70억 투자 논란

배지원 기자/ 권일운 기자공개 2017-11-02 08:22:57

이 기사는 2017년 10월 31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식재산권(IP) 전문 투자회사를 표방한 아이디벤처스가 특허침해 소송 피소 기업에 7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디벤처스는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분쟁이 기업가치나 영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소송 진행 상황을 살펴볼 때 아이디벤처스의 이 같은 결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이디벤처스는 지난해 12월 총 70억 원을 비티씨에 투자했다. 투자는 비티씨가 발행한 신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RCPS 17만 5000주를 확보한 아이디벤처스는 비티씨의 2대 주주(14.4%)에 등극했고 이사회 참여 권한도 얻었다.

투자 재원은 아이디벤처스가 운용하고 있던 펀드들로부터 고루 충당했다. 모태펀드가 참여한 '포스코-IDV성장사다리IP펀드', 'IDV IP 밸류 크리에이션(Value-Creation)투자조합', 'IDV IP창조성장투자조합'과 농식품모태펀드가 출자한 'IDV-IP수산전문투자조합' 등이다. 이들 펀드는 지식재산권 또는 지식재산권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과 농수산식품산업 기업에 투자하게 설정돼 있다.

문제는 아이디벤처스의 투자가 이뤄진 시점이 비티씨와 티지바이오텍 간에 특허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한참 벌어지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이다.

티지바이오텍은 비티씨가 지난 2013년부터 자신들이 보유한 특허의 실시권 없이 상품을 제조, 판매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티지바이오텍은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최종 가처분 명령을 받게 됐다. 특허침해나 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은 뒤이어 진행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티지바이오텍이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2013년을 기점으로 비티씨의 실적은 급격히 개선됐다. 2012년 89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84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4.9%였던 영업이익률은 20% 이상으로 상승했다.

해당 특허권을 도용한 것이 비티씨의 실적을 개선시켰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비티씨 또한 특허권을 침해해 자신들이 얻은 이익은 미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티지바이오텍 측은 "특허권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실현했는지 부분은 영업상의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디벤처스가 비티씨에 70억 원을 투자한 시기는 특허권 분쟁의 무게추가 티지바이오텍 쪽으로 한참 기운 시점이었다. 당시 비티씨는 특허권 사용에 대한 가처분 조치를 받고, 특허 무효소송에서 연이어 패소 판결을 받았다. 특허 무효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재판이 하급심의 결론을 인용한다면, 티지바이오텍의 특허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

아이디벤처스는 이 같은 내용들을 대부분 인지한 상황에서 비티씨 투자를 결정했다. 티지바이오텍의 특허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더라도 비티씨의 기업가치에는 큰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아이디벤처스가 비티씨에 투자한 70억 원은 대부분 생산설비 확충 등에 투입됐다. 주요 제품들에 대한 연구개발(R&D) 또는 지식재산권 확보는 대부분 완료됐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투자다.

아이디벤처스가 특허 사용 가능 여부가 비티씨의 기업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데에는 특허권 가치 자체가 크지 않다는 부분이 작용했을 수 있다. 비티씨가 해당 특허의 가치가 38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나아가 분쟁과 무관하게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도 의사 결정에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티씨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법인을 통해 특허 무효화 소송을 제기한 것이 근거 가운데 하나다. 티지바이오텍은 비슷한 시기에 대여금 반환 소송 등으로 안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티지바이오텍이 보유한 해당 특허에 대해 법원은 매각(특허권 현금화) 명령을 내렸다. 비티씨가 이 특허를 매입하는 것도 절차상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디벤처스는 지식재산권 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내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런 아이디벤처스와 아이디벤처스의 펀드가 이 같은 시비에 휘말린 비티씨에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아이디벤처스 관계자는 "비티씨가 티지바이오텍과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 자체는 드물지 않은 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비티씨가 티지바이오텍의 특허를 침해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면서 "티지바이오텍의 주장이 다소 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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