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16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사에서 코스닥 활성화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코스닥 상장 건수를 늘리고 미래 성장성 있는 혁신기업의 진입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거래소의 행보에 특이할 만한 사안은 없다. 과거에도 진입요건은 꾸준히 완화했고 상장 건수 역시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행 시스템의 병폐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진입 문턱을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성장성 있는 기업을 위한 상장 지원책은 지금도 많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비롯해 테슬라 요건이 신설돼 있다. 코스닥 문턱이 높다고 느껴지는 기업들은 코넥스를 통해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로 인해 거래소 실무자들은 고생만 더한 꼴이 됐다. 테슬라 요건 1호 기업 탄생과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래소 직원들이 올해 내내 국내 투자은행(IB)에 읍소하고 다닌 것은 대다수가 아는 사실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성공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경우 실적이 나오지 않아 상장폐지 수준까지 내몰린 기업들이 있을 정도다.
코스닥 상장 건수를 늘린 결과 역시 실망적이다. 올해는 코스닥 공모규모가 시장 개설 이래 최고 수준을 달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상장식 당일 주가를 보고 웃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거래소가 발행사의 공모가 과욕을 통제하지 못해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최근 코스닥 지수 상승으로 가려졌을 뿐 이같은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는 상장 건수 확대와 동일어가 아니다. 지금이 양적 성장을 도모할 때인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거래소는 상장유치 활동을 통해 체급이 안되는 기업들도 코스닥 문턱을 두드리게 했고 이는 다시 기업들의 공모가 과욕을 방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현행 시스템보다 규제가 더 완화되면 자격미달인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판칠 가능성이 높다. 최경수 전 이사장 시절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율은 100%에 가까왔던 경험이 있다. 형식적인 진입요건을 완화하더라도 기업의 질적 심사는 강화해야 성장성 여부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상장 후 주가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 상장후에도 발행사가 제시한 몸값이 유지될 만큼 경쟁력이 있는지 심사단계에서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시장도 살아날 수 있다. 진입문턱을 낮췄으면 퇴출요건이라도 강화하는 식으로 상장 후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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