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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나눔 정신' 이어받은 '6남 정몽준'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현대중공업그룹]①정 명예회장 '노블리스 오블리주' 계승, 2.6조 자산 불려

심희진 기자공개 2017-11-29 08:41:59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4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공익재단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정 명예회장은 정확히 40년 전 사재를 털어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상대적으로 복지 혜택이 미치지 않았던 전북 정읍과 충남 보성 등 농어촌 지역에 양질의 의료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아산'은 정 명예회장의 호다.

정 명예회장이 시작한 공익사업은 아들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체제에서 확장됐다. 정몽준 이사장은 2011년 아산나눔재단을 신설해 자산규모 6000억 원대 공익사업을 하나 더 늘렸다. 중고등학생들의 역량 교육, 청년들의 창업 지원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면서 공익재단의 성장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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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오른쪽)>

◇故 정주영, 그룹 모체 '현대건설' 주식 팔아 복지사업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은 현재 현대중공업그룹과 특수관계인으로 묶여있다.

1호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은 1977년 7월 21일 설립됐다. 출연자는 정 명예회장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보유 주식의 절반인 50억 원으로 그룹 공익사업의 기틀을 만들었다. 2001년 정 명예회장이 작고하면서 6남인 정몽준 이사장이 재단을 물려받아 이끌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그룹의 지원이 아닌 정주영 회장의 사재로 설립됐기 때문에 재단을 비롯한 여러 병원들 이름 앞에 절대 '현대'를 붙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5년 말 기준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자산총액은 1조 9513억 원이다. 재계에서 삼성생명공익재단(2조 1066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사업은 △의료·의료복지 △사회복지 △장학 △학술연구·연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의료·의료복지'에 특화돼 있다. 현재 서울 송파·용산, 강원도 강릉·홍천, 전북 정읍, 전남 보성, 충남 보령, 경북 영덕 등에 총 8개의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아산사회복지재단은 병원 운영사업을 통해 1조 66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90%가량인 1조 5000억 원이 서울아산병원의 진료 및 식당·장례식 운영 등에서 발생했다.

지출 면에서도 의료 부문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총 사업비 183억 8342만 원 중 54억 3184만 원이 의료복지에 쓰였다. 취약계층 자립 지원, 독거노인 돌봄 등 사회복지 부문에 투입된 지출(72억 7962만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아산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병원 설비, 수술 기기 등을 개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치면 의료·의료복지 사업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치료비를 대신 지불하는 데도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탄생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자 했던 정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됐다. 강원도 오지에서 자란 정 명예회장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사회 구성원들과 반드시 나눠야 한다'는 일념으로 질병 퇴치 등 각종 복지 활동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아산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매출과 지출 모든 면에서 의료 부문이 전체 사업의 핵심"이라며 "서울아산병원이 거의 막바지에 생겼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정주영 회장이 특히 소외된 지역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성향은 자문위원회 구성에도 잘 드러난다. 현재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사회복지·학술연구·장학과 관련된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총 세 개의 자문위원회 중 사회복지 부문이 가장 많은 위원 수(9명)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에서 사회복지 및 의료경영, 재활의학 등을 전공한 교수들이다.

◇정몽준 이사장, 부친 10주기 '아산나눔재단' 출범

정 명예회장의 공익사업은 6남인 정몽준 이사장 체제에서 확장됐다. 2001년 부친의 뒤를 이어 아산사회복지재단을 맡게 된 정 이사장은 2004년 아산교육연구관을 개관하고 이듬해 서울아산병원 신관을 기공하는 등 복지사업 확대에 열을 올렸다.

정 이사장은 더 나아가 2011년 10월 14일 현대중공업그룹의 두 번째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정 명예회장의 서거 10주기를 기념하고 동시에 부친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정 이사장은 아산나눔재단에 2000억 원(현금 300억 원, 주식 1700억 원)을 출연했다. 이외에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과 정지선 회장이 100억 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50억 원,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이 20억 원 등을 보탰다. 법인 출연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오일뱅크, KCC 등이 맡았다.

2016년 말 기준 아산나눔재단의 자산총액은 6209억 3540만 원이다. 약 50억 원에서 출발한 정주영 부자의 공익사업은 40년이 흐른 현재 2조 6000억 원으로 몸집이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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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나눔재단 2016년 사업비 지출 현황

아산나눔재단의 고유목적 사업부는 △청년 역량 강화 및 창업지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총 사업비 101억 원 중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아산서원 등 청년 지원에 약 35억 원이 사용됐다.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후원에는 57억 원가량이 쓰였다.

아산나눔재단에는 정 이사장의 장녀인 정남이 씨가 유일한 상임이사(사무국장)로 활동하고 있다. 정 이사는 연세대학교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3년 아산나눔재단에 입사했다. 이듬해 유망 스타트업에 사무공간,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마루180' 개관을 주도하며 그룹 공익사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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