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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인하학원'으로 몰리는 계열사 증여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한진그룹]④지배주주 경영권 방어 포석, 정석물류학술재단·일우재단 '미미'

박상희 기자공개 2017-12-01 08:34:22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9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 등 한진그룹 공익재단은 창업주 등 오너 1세대가 출연한 계열사 주식으로 기틀을 마련했다. 2~3세대에 들어서는 오너 개인 자산 출연보다 계열사 증여에 기대는 양상이다.

공익재단에 주로 출연하는 계열사는 대한항공, 진에어 등이다. 그룹 공익재단 중에서도 정석인하학원에 증여가 집중됐다. 후에 만들어진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은 상대적으로 관심 밖이다. 계열사 지분이 많은 정석인하학원이 대주주 경영권 방어에 보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1세대에서 멈춘 출연, 대한항공·진에어 등 계열사 잇단 증여

정석인하학원은 정석학원과 인하학원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모태인 정석학원을 인수하고 인하학원을 설립한 조중훈 고(故) 선대 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재단을 키웠다. 2002년 별세한 조 선대회장은 그 전에 대한항공과 ㈜한진 주식 대부분을 인하학원과 정석학원 등에 증여했다.

1991년 설립된 일우재단(옛 21세기한국연구재단)은 조 선대회장이 대한항공 주식 23만 7552주(평가액 30억 9100만 원)를 출연했다. 사돈지간인 최현열 CV그룹 명예회장도 3억 3000만 원을 현금으로 출연했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조 선대회장의 부인 고 김정일 여사가 남편 별세 이후 설립했다. 설립 출연금은 110억 원으로 김 여사가 전액을 출연했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설립이후 12 차례에 걸쳐 모두 545억 원을 출연 받았다. 이 가운데 7차례에 걸쳐 김 여사가 출연한 금액만 536억 원에 달한다.

1세대의 재단 출연은 여기까지다. 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2~3세대의 개인 자산 출연은 없었다. 최근 들어서는 계열사 기부가 늘고 있다.

정석인하학원 증여
*출처: 금융감독원, 한진그룹

대한항공은 인하학원과 정석학원이 합병하기 전인 2008년 인하학원에 119억 원을 증여했다. 당시 자본금대비 3.58%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합병 이후인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60억 원, 65억 원을 기부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 경영 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출연이 줄고 대신 실적이 좋은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증여가 늘고 있다. 진에어는 2013년부터 올 초까지 매년 정석인하학원에 현금 증여를 했다. 증여 금액 총액은 54억 원에 이른다.

◇ 계열사 재단 출연 '정석인하학원' 집중, 일우·정석물류학원 '홀대'

한진그룹 계열사 재단 출연은 주로 정석인하학원에 집중된다. 일우재단이나 정석물류학원에 증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인하학원과 정석학원이 합병하기 이전인 2012년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일제히 정석학원에 출연했다. 합병비율 등을 조율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이 가장 많은 19억 원을 현금 증여했다. 한진공항(6억 원), 한진관광(4억 원), ㈜한진(3억 원), 토파스여행정보(256만 원), 한진정보통신(154만 원) 등이 현금을 출연했다.

반면 이들 계열사들이 일우재단이나 정석물류학술재단에 출연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한항공은 정석물류학술재단이 설립된 2004년 4억 원, 2006년 1억 5000만 원의 현금 기부를 했다. 2011년 1억 2000만 원이 마지막 기부였다.

그밖에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출자한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에서 2007년과 2008년 각각 1억 원을 정석물류학술재단에 기부했다. 이외에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정석물류학술재단에 출연한 적이 전혀 없다. 이 재단은 총자산이 고 김정일 여사가 출연한 536억 원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계열사 출연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단 의미다. 일우재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

한진 공익재단 계열 지분 현황

계열사들이 정석인하학원에 증여를 집중하는 배경은 지배주주 경영권 방어 차원의 효용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지분율을 살펴보면 분기 말 기준 정석인하학원이 2.73%로 재단 중에 가장 높다. 정석물류학술재단(0.42%), 일우재단(0.2%)의 지분율은 1%에 한참 못 미친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석인하학원이 보유한 지분율이 2.14%인데 반해 정석물류학술재단과 일우재단의 지분율은 각각 1.08%, 0.16%에 그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석인하학원은 학교법인으로서 한진그룹 계열회사들로부터 매년 산하기관 지원 용도로 일정 금액을 기부 받아 왔다"면서 "해당 기부금은 사립학교교직원 법정부담금, 장학금 등 산하기관 운영에 사용하는 용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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