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구조조정 핵심 내용이 발표됐다. 금융위원회는 구조조정을 정부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시장 중심 상시구조조정 활성화 방안'을 공개했다.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의미와 영향, 조성 계획을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22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존 채권은행에 있던 무게 추를 자본시장으로 옮긴다는 데 있다. 이는 사실상 채권단이라는 명분으로 기존에 은행이 하던 방식으로는 원활한 구조조정이 어렵다고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새로운 기업구조조정 방식은 은행 등 금융기관 출자금으로 초기 자금을 조성하되 사모투자펀드(PEF)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구조조정을 맡고 신규자금도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지난 12월 1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시장 중심 상시구조조정 활성화 방안의 골자는 기업구조조정의 틀을 정부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모자(母子)형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펀드명은 '기업구조혁신펀드'로 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담고있는 시각은 부실기업이 생겼을 때 대출 등을 통해 이미 거래당사자였던 은행만으로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이미 망가진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수익과 시장을 토대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우선 기업구조혁신펀드의 토대가 되는 모펀드 조성은 금융권이 맡았다.
캠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절반가량 부담하고 5곳 시중은행(우리, 농협, 하나, 국민, 신한)이 각각 350억 원씩 출자키로 했다. 이렇게 5000억 규모의 모펀드가 조성되면 향후 민간투자자(자펀드)를 유치해 총 1조 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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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권…쪼그라든 기촉법
정치권과 노동지역사회 등 협의가 필요한 대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정부가 직접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에는 금융위원회가 맡았다면 앞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구조조정을 주도할 방침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앞으로는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성동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회계실사 결과를 받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회사를 통해 실사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과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방식이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는 제동이 걸렸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체제를 만들고 기촉법의 시효 연장 중단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한 것이다.
기촉법은 워크아웃제도의 근거법규로 주채권은행 주도로 채무상환 유예, 신규자금 지원 등을 통해 기업구조조정하는 규정이다. 이 법은 지난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4차례 연장되며 내년 8월까지 시한이 늘어났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워크아웃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관치 논란이 맞물리면서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에 대해 "서로 다른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지원하려면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촉법 상시화가 기본입장"이라고 답하면서 당장의 기촉법 폐지론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기촉법 보다 기업구조혁신펀드가 활용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구조혁신펀드 투자 대상은 '중소·중견'…대기업은 차후 시장상황 따라 고려
타깃 기업과 사이즈는 정해져있지 않지만 현재 계획한 펀드 규모가 5000억~1조 원이기 때문에 대기업은 지원하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규약상 대기업을 (지원 대상 기업에서) 배제할 지는 시장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대기업까지 고려해 펀드를 조성하고있지는 않다"고 했다.
신용등급 기준으로는 B등급 가운데 요주의 채권을 가진 회사, 워크아웃(C등급)과 회생절차(D등급)대상 등급으로 나눌 방침이다.
재무상태가 악화된 기업이 있다면 채권은행이나 기업에서 자금 유치를 요청하고 PEF가 투자 검토를 하는 구조다.
설사 현재 자본잠식이라 하더라도 경영 능력과 기술력 측면에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면 은행의 협조 아래에서 PEF 등 에쿼티 자본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다수의 채권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아 채무관계 정리가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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