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22일 1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 혐의 1심 재판에서 실형을 피하면서 지배구조 재정비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 롯데그룹은 올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지주사를 중심으로 새롭게 생겨난 순환·상호 출자 고리를 끊는 일이 급선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신 회장이 직접 지주사 지분을 매입해 규제 해소와 지배력 강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은 올해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로 탈바꿈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푸드 투자부문이 한 몸이 돼 탄생한 법인이다. 롯데지주 아래 계열사들이 도열하는 기본 뼈대는 만들었지만 여전히 살을 붙이는 작업이 남아있는 상태다.

당장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새롭게 생겨난 순환·상호 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 고리는 크게 △'롯데지주→대홍기획→롯데지주' △'롯데지주→롯데정보통신→롯데지주' △'롯데지주→롯데후지필름→롯데지주' 3개다. 롯데지주는 계열사 지배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대홍기획과 롯데정보통신, 롯데후지필름 등 3개사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지주 지분을 파는 방식으로 규제 해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출자 해소 시한이 촉박하고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핵심 계열사 지분이라는 점에서 그룹 오너인 신 회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등기일(2017년 10월 12일)로부터 6개월 내로 신규 순환·상호 출자 관계를 모두 해소해야 한다. 이제 마감 시한까지 4달도 채 남지 않았다.

3개사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지주 지분은 총 7.3%다. 롯데지주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핵심 계열사다. 지분 향방에 따라 지배구조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변수가 많지만 그룹 신 회장이 직접 나선다면 의외로 간단하게 문제를 풀 수 있다. 신 회장은 지주사 전환 과정을 거치면서 10.5%의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추가 지분이 더 필요하다. 특히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하에 있는 호텔롯데(6.5%)와 롯데알미늄(6.4%), LOTTE(3.5%) 지분을 모두 합치면 신 회장을 앞선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계열사 지분 매입을 통해 그룹 지배력 강화와 규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주주에 대한 견제 효과도 기대된다.

재원 확보 방안도 마련돼 있다. 신 회장은 지난 달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롯데쇼핑 지분 100만 여 주(3.57%)를 처분했다. 이 거래로 보유 지분율은 9.89%로 낮아졌지만, 2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했다.

신 회장은 유입 자금을 대출금 상환 등 개인 용도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연장선상에서 여유 자금을 지주사 지분 매입에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롯데쇼핑 지분을 추가로 파는 선택도 가능하다.

롯데지주는 현재 롯데쇼핑 지분을 25%나 보유하고 있다. 이미 지주사의 자회사 보유 요건(20%)은 충족한 상태다.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고 싶으면 롯데쇼핑 주주들에게 보유 지분을 받고, 그 대가로 롯데지주 신주를 나눠주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된다.

다만 신 회장은 이 유증에 참여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다. 이미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인 그가 현물출자 유증에 참여하더라도 양도차익 과세 이연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 양 사 주가를 따지는 번거로움도 감내해야 한다. 결국 실익과 거래 편의성 등을 따져볼 때 롯데쇼핑 지분을 팔아서 직접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더 선호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