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오른 신동빈, 첫 결단 '신격호 색깔 지우기' '50년 유지 호봉제' 재검토, '자회사 가치 제고' 해석
박창현 기자공개 2017-12-15 08:30:20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3일 16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에 '신동빈'식(式) 경영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불문율에 이의를 제기하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사진)의 경영 색깔이 덧칠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사진)의 흔적은 지워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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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50년 만에 임금 체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1967년 국내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유통과 화학, 건설 등으로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현재의 사세를 일궜다.
롯데그룹은 보수적 경영을 상징하는 기업이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고 수십 년 간 경영 전략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경영 시스템이 바로 '호봉제'였다.
창립 이래 50년 간 롯데그룹은 호봉제 연봉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호봉제는 직무와 상관없이 연차가 쌓이면 임금이 오르는 봉급 체계다. '기업이 직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조치였다. 평생 직장 개념이 강한 일본에서 기업 경영을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IMF 이후 노동 유연성이 강화되는 국면에서도 롯데그룹은 호봉제를 고수했다. 그 결과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기업 문화가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고연차 대리 직급' 운영 문화다.
기업 역사가 오래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알미늄 등에 특히 고연차 대리 직급자들이 많이 포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리 직급으로는 올라갈 수 있는 호봉에 제한이 있다. 하지만 호봉제가 단단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진급이 누락되더라도 지방 전출이라든지, 대기 발령 등의 불이익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철옹성과 같던 롯데 임금 시스템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 9월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롯데지주의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지주사 전환과 공식 출범은 신동빈 회장의 대관식과 다름 없었다.
새로운 롯데그룹가 출범한 이후 롯데제과와 롯데GRS는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임금 시스템을 바뀌기 위한 실무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양 사는 노동조합 측과 도입 시기, 조건 등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GRS의 경우, 권역·지점별 성과가 확실히 구분돼 연봉제 도입의 첫 타깃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롯데제과는 신격호 회장이 국내에 처음으로 설립한 계열사로 그룹의 모태다. 이 때문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색깔이 가장 강한 기업부터 파괴적 혁신을 요구하면서 그룹 재편 동력을 이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회사 기업 가치 제고 일환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는 호봉제를 고수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경쟁사 대비 평균 임금이 낮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적절한 보상 체제를 갖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롯데그룹 역시 연봉제 도입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동기 부여와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차원"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 제도 개편은 임직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의사결정 사안"이라며 "개별 기업의 독자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사안의 경중을 따져봤을 때 그룹과 긴밀한 협의 없이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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