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22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꽤 많은 '국내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로 출범해 벤처펀드를 조성했다. 벤처캐피탈 가운데 처음으로 코스닥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킨 곳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 광풍이 몰아친 직후에는 기업구조조정전문펀드(CRC)를 선보이고 시장을 선도했다.

부침도 크게 겪었다. 대주주였던 서갑수 전 회장의 전횡으로 인해 평판이 크게 훼손됐다. 서 전 회장으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경영권을 확보한 SBI는 '일본계 자본'이라는 편견을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과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원조'의 저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했지만 SBI를 대주주로 맞이한지 불과 1년 만에 주요 기관 출자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순풍을 타더니 2017년 말 현재 1조 원에 육박하는 운용자산을 보유할 정도로 확고한 기반을 잡았다.

◇'KTIC 사태' 평정, 체질 개선 안착

SBI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1986년 설립된 정부 출자법인 한국기술투자(KTIC)이다. 일본을 거점으로 다양한 금융업을 영위하는 SBI그룹은 2008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KTIC와 인연을 맺었다. KTIC와의 인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악연으로 바뀌었다. KTIC를 민영화시킨 주역이자 대주주인 서 전 회장의 비리가 지속적으로 드러나자 적대적 M&A를 선언한 것이다.

M&A는 마무리됐지만 서 전 회장 측이 횡령과 배임 등으로 끼친 손실이 커 SBI인베스트먼트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악화돼 있었다. 벤처 생태계에 일본계 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반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SBI는 KTIC의 잔재를 완전히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분 매집을 통해 KTIC의 대주주로 등극한 SBI코리아홀딩스는 우선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곧이어 사명을 SBI인베스트먼트로 바꾸고 투자부터 사후관리, 경영지원 등 전 분야의 인력들을 새롭게 영입했다.

성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PMI(인수 후 통합관리)를 성공적으로 마친 SBI인베스트먼트는 국민연금과 한국IT펀드(KIF), 한국정책금융공사, KDB산업은행, 성장사다리펀드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출자기관들로부터 출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금융업 모태, '글로벌 네트워크' 경쟁력 차별화

SBI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43.6%를 보유한 SBI코리아홀딩스이다. SBI코리아홀딩스는 일본 SBI홀딩스가 홍콩에 설립한 SBI홍콩홀딩스의 자회사다. SBI홀딩스는 SBI홍콩홀딩스 지분의 100%를, SBI홍콩홀딩스는 SBI코리아홀딩스의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SBI홀딩스가 홍콩을 거쳐 한국 법인을 지배(좌측 시각물 참조)하는 셈이다.

201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다까하시 요시미 회장도 SBI인베스트먼트 주식을 약 23만 주 갖고 있다. 지분율 자체는 큰 의미가 없는 수준이지만 '먹튀 자본'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던 2011년 9월 직접 장내에서 SBI인베스트먼트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줬다. 다까하시 회장은 당시 사들인 SBI인베스트먼트 주식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SBI홀딩스의 모태는 일본 굴지의 IT기업 소프트뱅크의 금융 부문이다. 소프트뱅크에서 독립한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등이 SBI라는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지주사 격인 SBI홀딩스는 일본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증권과 은행, 보험, 신용카드, 벤처캐피탈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업을 하고 있다.

SBI홀딩스의 한국 진출은 주로 M&A를 통해 이뤄졌다. SBI인베스트먼트로 벤처캐피탈 시장에 뛰어든 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저축은행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일본 현지에 사업 기반을 두고 있는 핀테크 기업 SBI핀테크솔루션즈(옛 SBI액시즈)는 코스닥 IPO를 성사시킨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다양한 계열사들을 통해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은 SBI인베스트먼트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주요 변곡점마다 SBI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펀드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