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 지탱하는 '가족 경영' [변혁기 의류 OEM 분석④]투자·구조조정 등 다채로운 사업영역…지분 증여로 관계사 지배력 확보
노아름 기자공개 2018-01-25 08:10:26
[편집자주]
섬유산업은 오늘날 한국경제를 일군 씨앗이다. 옷과 신발을 직수출하는 업태는 변화를 거듭했지만 여전히 수출 경제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옷을 만들던 작은 공장들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의류 OEM사'로 재탄생했다. 상표가 없는 OEM업체는 외형에 밀려 그동안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단순 하청을 넘어 종합의류기업 등 변신을 꿈꾸는 숨은 주역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2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성통상은 창업자인 염태순 회장과 동생인 염권준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염 회장의 자녀와 사위 역시 관계사의 지분을 확보하거나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해 사업 안정성을 꾀했다. 오너 일가가 소유와 경영을 일원화해 계열사 전반에 걸쳐 견고한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염 회장은 1983년 가방·텐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 가나안을 설립했다. 당시 가나안은 가방 브랜드 '아이찜(Izzim)'의 인기를 발판삼아 2002년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신성통상을 인수했다. 1999년 이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이어오던 신성통상은 가나안컨소시엄에 924억 원에 인수된 뒤 2002년 12월 새출발했다.
신성통상의 외형은 회사의 뿌리 격인 가나안보다 약 4배 커졌다. 패션업계에서는 염 회장이 이처럼 사세를 키워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족 경영이 자리했다고 진단한다. 염 부회장 등은 신성통상 및 관계사의 경영에 관여하며 염 회장을 후방 지원하고 있다.
염 회장과 네 살 터울인 염 부회장은 형을 도와 가방·신발 등을 제조하는 씨앤티스를 이끌고 있다. 씨앤티스는 1999년 아이찜으로 설립된 뒤 2001년 씨앤티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염 부회장은 씨앤티스의 공동 대표이사이자 신성통상의 상근 임원으로서 주요 계열사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다.
염 회장의 장녀 염혜영 씨, 차녀 염혜근 씨는 전략기획실 등에서 각각 근무하다가 현재 육아휴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첫째 딸의 사위 박희찬 상무보는 신성통상에서 경영기획 등의 업무를 보고 있다.
이처럼 경영은 가족 구성원이 나눠 맡고 있지만 소유는 염 회장에게 집중된 형태다. 염 회장은 상장사 신성통상의 지분을 7.57%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본인이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에이션패션(지분율 41.20%) 등을 통해 신성통상 및 가나안 등을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설립 시기와 지분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중견 패션사들은 2세 경영으로 돌입하기 위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영원무역 등 OEM 기업과 형지, 신원, 세정 등 중견 의류회사 등이 대표적이다. 신성통상 역시 이들 패션업체와 마찬가지로 향후 2세에 대한 승계가 예정돼있다.
주요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신성통상의 적통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은 염 회장의 아들 상원 씨다.
상원 씨는 대학생으로 사내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패션업계에서는 상원 씨가 가나안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점에 주목한다. 2009년 처음 가나안 주식을 양도받은 상원 씨는 현재까지 지분율 82.43%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가족 경영 및 소유'로 요약되는 현재의 구조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그간 염 회장은 상장사 신성통상의 주주구성에 급격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신성통상을 지배하는 가나안의 오너십에 변화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가나안의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았던 상원 씨는 이듬해 지분을 단숨에 82.43%까지 높였다. 당시 가나안은 발행주식 수를 38만 주에서 58만 주로 늘렸고 염 회장 등은 보유하던 가나안 주식을 상원 씨에게 증여했다. 70%를 웃돌던 염 회장의 지분율은 증여 이후 10%로 급락했다.
신성통상은 관계사의 사업영역이 다양해 확장성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콘텐츠 투자사 유니코리아문예투자 및 기업구조조정 회사 케이디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문화산업에 대한 염 회장의 높은 이해도,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키워온 가나안의 경영 전략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덕택이라는 분석이다.
유니코리아문예투자는 2013년까지 염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다가 현재는 동생인 염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올라있다. 케이디파트너스는 신성통상의 손자회사로 2002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설립됐다. 신성통상의 자회사인 에이션패션이 지분 대다수를 들고 있는 구조다. 에이션패션은 다시 염 회장, 가나안, 신성통상 등 관계사가 지분을 고루 확보하고 있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