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은행에 대한 지나친 공공성 잣대 [thebell note]

김선규 기자공개 2018-02-07 10:31:38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7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다는 소식에 칭찬 일색이면서 은행의 높은 실적에는 반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사 모두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이며 지분 절반 이상을 외국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회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기업의 수익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은행과 삼성전자를 보는 시선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근본적으로 은행산업은 공공성이 짙기 때문이다. 은행은 신용질서 유지, 자금중개 기능, 지급결재 업무 등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은행을 공기업처럼 인식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경향이 있다.

법적으로도 은행의 공공적 역할은 인정되고 있다. 2003년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례(2003도3516)를 보더라도 은행은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금융시장의 안정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선관의무가 요구된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이 공적인 이익에 치중하거나 공공기관처럼 정부에 과도한 규제와 경영활동 개입이 있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은행 경영진 및 이사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법과 은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배제할 경우 상법상 배임(상법 제399조)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공공성을 지니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돼야 한다"며 "이는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이며 우리 상법에서도 이를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를 보면 은행의 상업성을 외면한채 공공성 잣대만 들이밀며 마치 공공기관을 다루듯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의 수익구조, 배당정책, 지배구조, 채용 문제까지 관여하고 있다. 은행이 아닌 삼성전자에서 비슷한 경영 간섭이 있었다면 분명 웃음거리가 될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있는 집단인가. 주요 은행의 배당성향은 25% 안팎으로 글로벌은행의 절반에 불과하며 자본비율은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배구조 또한 글로벌 수준에 준하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으며, 한국지배구조연구원 조사에서도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한 지배구조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은 정황만 포착됐을 뿐 운영상 미흡한 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불공정한 수법을 동원해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킨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법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은행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금감원의 행보에 관치 금융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 시중은행 한 인사담당자는 금융위 고위 관료로부터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묻는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채용인원을 큰 폭으로 늘렸다고 한다. 당초 비대면 채널 강화와 점포 축소로 채용을 대폭 줄일 계획이었다.

해당은행은 금융당국의 전화 한통으로 급변하는 영업환경을 무시한 채 경영 의사결정을 수정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경영간섭이 과연 공공성 제고와 은행업 발전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지 의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