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08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플 협력사들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작년 하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올해 상반기는 적자라고 한다. 애플이 1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야심작 아이폰X(텐)이 반짝 인기에 그치자 올 초부터 부품주문을 AS물량 수준만 남겨놓고 끊어버린 결과다.국내 공급체인은 아이폰X이 1억 대는 팔릴 것으로 보고 수 천억에서 수 조 원을 들여 공장증설을 해뒀다. 작년 하반기엔 아이폰X가 5000만 대 가량 출하되면서 국내 협력사들에게 최대 이익을 안겼다. 올해 상반기엔 수백억 원 대 고정비만 지출되게 생겼다. 일부 협력사는 생산직 직원들에 대한 무급휴가까지 돌입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애플 공급엔 다수의 국내기업이 참여했다. 삼성디스플레이(OLED), 삼성전기(FPCB, MLCC), LG이노텍(3D센싱모듈, 듀얼카메라), 인터플렉스(FPCB), 비에이치(FPCB), 영풍전자(FPCB), 이녹스(FPCB 소재) 등이다. 넓게 보면 반도체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까지 포함된다.
'애플이 약속한 물량을 받아가지 않으면 보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협력사 관계자에게 물었다. 공급계약 상으론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행에 나서는 협력사들은 없다. 애플과 계속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상을 요구하려면 결별을 각오해야 한다. 소위 '갑을 관계'에서 보상은 언감생심이다.
협력사들은 오히려 반대 상황을 걱정한다. 아이폰X은 초기 꺼짐현상 등 오작동 문제가 다수 발생해 소비자 불만을 샀다. 애플이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공급체인들에게 분산 부담시키고 벌금을 부과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 역시 현실화된다 해도 '을'인 협력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애플은 삼성전자보다도 냉정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자신들 사정으로 부품업체에게 피해를 주게 되면 차기작에선 배정물량을 늘려 보상할 때가 많다. 애플은 아니다. 물량배정의 기준은 철저히 '가격'이다. 국내 협력사들은 아이폰X용 물량중단을 감수해도 올해 신작 수혜를 기대 못한다.
애플이 '슈퍼 갑'이라는 이야기길 하려는 건 아니다. 사실 애플은 국내 부품업계에 고마운 존재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국면에서 국내 협력사들이 강점을 가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패널을 채용하며 국내 부품시장에 막대한 수요를 창출해줬다. 올 하반기엔 애플이 OLED패널 탑재모델을 작년 한 개에서 두 개로 늘린다. 국내 협력사들도 하반기엔 다시 숨통이 트인다.
아이폰X 흥행실패는 국내 협력사들에게 먼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조기에 확인시켜 준 교훈이 됐다. 수요가 꺾이면 애플이 어떻게 행동하고 그에 따른 충격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됐다. 국내 협력사들은 애플 관련 투자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애플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절실함도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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